아시아 공급망 흔들…애플·엔비디아도 “관세 부담 1조 원 넘어”
미국 관세 강화로 전자·반도체·전자상거래업계 직격탄, 한·대만 주식시장 동반 하락
미국 관세 강화로 전자·반도체·전자상거래업계 직격탄, 한·대만 주식시장 동반 하락

이번 조치로 한국 코스피 지수는 당일 3.88% 급락했으며, 대만 증시는 9거래일 동안 누적 1,84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전자·반도체업계와 전자상거래 업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다양한 산업군 전반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본다.
◇ 반도체·전자산업, 관세로 생산비 ‘껑충’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공급의 핵심이다. BBC는 TSMC가 미국 내 생산시설 구축과 관세 부담 확대를 반영해, 주요 고객사에 최대 30% 수준의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해 4~6월 8억 달러(약 1조1100억 원)에 달하는 관세 비용을 지불했으며, 올해 6~9월에는 11억 달러(약 1조52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완제품인 그래픽카드나 서버 등이 미국 관세 34%를 받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고율 관세로 인해 생산 거점을 현지에 새로 세우거나,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에 미국 기업들이 중국, 대만, 인도, 베트남 등지에서 공급망을 운용해왔지만, 관세 강화로 생산·조달 구조 전반에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 전자상거래업계도 타격…소비자 부담 확대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존에 미국 내 800달러(약 111만 원) 미만 소포에 대해 적용하던 관세 면제 규정을 없앴다. 이에 따라 셰인(Shein), 테무(Temu) 같은 중국계 전자상거래 대기업은 물론, 미국 중소 셀러까지 연간 수백만 원 단위의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됐다. 업계는 미국 소비자들도 연간 총 2,000~4,700달러(약 277만~653만 원)의 비용을 더 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기업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중국+1’ 전략을 써왔으나, 이번에는 환적 수입품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우회 수단도 막혔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각 국가에 따로 관세를 물리는 것보다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 공동 대응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한다.
◇ 앞으로는
국제경제연구소는 이번 관세 확대의 여파로 2025년 대만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61%포인트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내 기업은 ‘관세로 이익’보다 ‘관세로 손실’이라는 답이 5배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각국은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크게 줄이기보다는, 역내 교역을 늘리고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쪽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추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관세 확대는 미국과 아시아 모두 부담만 키운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