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이하 현지시각)로 예고한 관세 발효를 앞두고 전 세계 교역국에 부과할 ‘기본 관세율 하한선’을 15%로 설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필리핀과의 합의에 이어 유럽연합(EU), 한국 등과의 협상도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예외 없는 보편적 고관세 체제’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25일(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앞으로 15~50% 사이의 단순한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며 “50%는 우리가 잘 지내지 못하는 국가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4월 처음 발표한 10% 일률 관세에서 크게 상향된 수준이다.
◇ “협상 안 하는 국가에 일괄 관세”…한국도 예외 아닐듯
그는 EU와 협상이 ‘진지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할 경우 더 낮은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한국 역시 미국과 15% 관세 수준을 기준으로 한 무역합의 모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백악관이 일본과 유사한 방식의 투자 펀드 조성을 한국 정부에 제안했으며 자동차 부문도 포함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는 합의 마무리…베트남 “수출 3분의 1 감소 우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일본과 합의에서 기존 25%로 예고했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일본이 미국 내 5500억 달러(약 792조 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기존 19%에서 15%로 낮추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며 미국산 제품에는 수입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일반 수입품에 19%, 환적 상품에 대해서는 40%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한편 베트남은 아직 미국과의 협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가운데 자국 정부의 내부 보고서에서 “트럼프 관세가 발효되면 대미 수출이 최대 3분의 1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 캐나다·인도는 여전히 불확실…미국은 "서한 보낸 것 자체가 합의"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150개국 이상에 10~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협상 성과보다는 해당 서한 자체를 ‘사실상 합의’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는 다자간 무역협상이 아닌 양자 압박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캐나다에는 오는 8월 1일부터 3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인도 역시 협상 진전이 없는 대표적인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 “일괄 관세 체제 고착화”…협상 유도 아닌 ‘선관세 후협상’ 방식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관세를 부과한 뒤 상대국이 양보하면 낮춰주는 ‘선관세-후협상’ 방식으로 정착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고율 관세를 기본 전제로 삼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교역 환경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은 자동차와 부품에 25%, 철강·알루미늄에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내달 1일 대부분의 고율 관세가 본격 발효될 예정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