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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트럼프 관세폭탄에 한·일 경제 '더블 쇼크' 우려…경기침체 그림자 짙어져

수출 주력인 자동차·철강 직격탄…한국은행, 성장률 0.8%로 대폭 하향
1분기 이미 마이너스 성장, 내수 부진 심각…'시장 개방' 압박 속 협상 난항 예고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일부터 한국과 일본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하며 양국 수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일부터 한국과 일본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하며 양국 수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겨냥해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이미 성장 둔화에 직면한 양국 경제에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한층 짙어졌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면서 경제 전반에 상당한 역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지난 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에 보낸 첫 '관세 서한'에서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정조준했다고 전했다. 서한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8월 1일부터 한국산 수입품에 예고했던 대로 25% 관세를 부과한다. 일본 관세율은 기존보다 1%포인트 올린 25%로 정했다.

이번 추가 관세는 이미 높은 관세 장벽에 부딪힌 양국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대부분 국가에 50%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44%, 일본이 22%에 이른다. 두 나라는 이미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이 한국 -0.2%를 기록하는 등 전분기보다 나란히 줄어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 때문에 일본은 기술적 경기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공포…한·일 경제 전망 '먹구름


특히 양국의 대미 핵심 수출 품목이 관세 표적이 된 점이 뼈아프다. 일본의 대미 최대 수출품은 자동차이며, 한국 역시 자동차가 주요 수출 품목이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 자료를 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미국의 4대 철강 수입국이다.

일본 정부는 외교적 해법을 찾으면서도 국익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국익을 보호하면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합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5월 "자동차 관세 철폐가 없는 합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하리라 내다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야마구치 노리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관세는 2026년 말까지 일본 국내총생산을 0.1%포인트 낮출 것"이라며 "2025년 성장률 전망을 0.8%로 낮춘 데 이어 2026년에는 0.2%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제가 이미 높은 자동차 관세와 세계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하면 그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강화된 미국의 관세 정책 기조를 반영해 올해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낮추면서 1953년 통계 집계 이래 첫 2년 연속 1%대 성장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관세 충격이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내린다는 계산이다. 한국은행은 "건설과 제조업 부진,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더욱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한·일 경제 전망 및 관세 영향.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한·일 경제 전망 및 관세 영향. 자료=글로벌이코노믹


◇ '시장 개방' 카드 꺼낸 트럼프…남은 협상 여지 있나


HSBC의 프레데릭 뉴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한일 양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이 관세들은 성장에 상당한 역풍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즈호 증권의 비슈누 바라탄 상무이사는 이번 조치가 협상력을 높이려는 압박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부문별 관세를 포함하는 일본의 원칙적인 접근이 합의를 늦추는 점이 미국 무역 협상가들과 트럼프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일본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두 국가가 지금까지 닫혀 있던 시장을 미국에 개방한다면 서한의 조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금융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이다. 뉴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시장은 이번 소식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위협적인 관세가 협상을 통해 완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서한이 본질적으로 협상 시한을 3주 연장한 것이라는 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는 이미 성장 둔화와 내수 부진을 겪는 한일 경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양국 모두 미국과의 협상에 모든 힘을 쏟고 있으나, 짧은 기간 안에 타결이 어려우면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정책 당국은 내수 진작과 수출 다변화, 통화 완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관세 정책의 방향과 무역협상 결과가 동아시아 경제 전반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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