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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 20분 vs 슈퍼컴 100만년, 디웨이브 주장 논란

"자성 재료 시뮬레이션, 기존 컴퓨터 능가"에 일부 "검증 필요" 맞서
2015년 12월 8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NASA 에임스 연구 센터에서 열린 양자 인공지능 연구소(QuAIL) 미디어 투어 중 D-Wave 2X 양자 컴퓨터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5년 12월 8일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NASA 에임스 연구 센터에서 열린 양자 인공지능 연구소(QuAIL) 미디어 투어 중 D-Wave 2X 양자 컴퓨터의 모습.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이 기술 산업의 현재 화두라면, 양자 컴퓨팅은 다음 세대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 기업 디웨이브(D-Wave)가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 컴퓨터로 해결하는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를 달성했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본사를 둔 D-Wave는 같은 12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진수(비트)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컴퓨터로는 도달할 수 없는 자성 재료 시뮬레이션을 양자 컴퓨터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양자 컴퓨팅의 성배이다"라고 D-Wave의 최고경영자(CEO) 앨런 바라츠(Alan Baratz)WSJ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발표는 2019년 구글이 양자 우위를 달성했다고 주장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양자 컴퓨팅 경쟁의 최신 동향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구글과 아마존이 각각 자체 양자 칩을 발표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양자 컴퓨터를 더 강력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물질 상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D-Wave는 이번 연구에서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자성 물질의 특성을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D-Wave의 선임 과학자 앤드류 킹(Andrew King)WSJ"우리는 자성 물질이 환경 변화에 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하고, 이를 설계하고, 발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킹은 이러한 자성 물질이 센서, 스마트폰, 모터 및 의료 영상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D-Wave가 양자 컴퓨터로 자성 재료 시뮬레이션을 20분 이내에 완료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킹에 따르면, 이는 오크 리지 국립 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의 선도적인 슈퍼컴퓨터에서 거의 100만 년이 걸릴 작업이라고 한다.

D-Wave'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이라는 양자 컴퓨팅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차량 경로 최적화와 같은 대규모 최적화 문제에 효과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일본의 NTT 도코모와 캐나다의 패티슨 푸드 그룹이 D-Wave의 양자 기반 최적화 기술을 활용하는 고객이다.

그러나 D-Wave의 양자 우위 주장은 일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몬스 재단(Simons Foundation) 산하 플랫아이언 연구소(Flatiron Institute)의 컴퓨터 양자 물리학 센터 연구 과학자인 마일즈 스투덴마이어(Miles Stoudenmire)WSJ와의 인터뷰에서 "D-Wave 논문의 문제점은 고전 컴퓨터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투덴마이어와 그의 동료들은 최근 D-Wave의 논문이 일정 부분 유효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재료 시뮬레이션에서 고전 컴퓨터의 상대적 약점을 반증하는 새로운 방법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그저 '이봐, 이 한 가지 문제가 고전 컴퓨터를 능가하지 못했어. 다시 해봐'라고 말했다"라고 스투덴마이어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D-Wave의 최고 개발 책임자(CTO) 트레버 랜팅(Trevor Lanting)은 "플랫아이언 연구소 팀이 D-Wave가 논문에서 보여준 격자 형상, 크기 및 시뮬레이션 깊이의 전체 범위를 시뮬레이션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생산한 전체 결과물을 재현하는 능력은 고전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양자 우위의 정의 자체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리서치 회사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퍼레이션(International Data Corp)의 양자 컴퓨팅 분석가 헤더 웨스트(Heather West)WSJ"양자 우위는 널리 합의된 용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웨스트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 커뮤니티는 최근 '양자 우위' 대신 '양자 유틸리티(quantum utility)'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추세이며, 이는 양자 시스템이 유용한 비즈니스 또는 과학 문제를 기존 컴퓨터보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D-Wave는 자사의 연구 결과가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양자 우위"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라고 킹은 말했다. "그것은 고전적 방법을 선도하기에는 완전히 다루기 어려운 체제 안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양자 우월성이라고 부르는 이유다."라고 주장했다.
WSJ는 양자 컴퓨팅이 미래 기술의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IBM의 양자 컴퓨팅 연구소를 방문해 이에 대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양자 컴퓨팅은 양자 비트(큐비트)를 사용하여 한 번에 두 개의 상태(01 모두)에 존재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계산을 수행하며, 신약 개발 및 사이버 보안 등 점점 더 복잡해지는 컴퓨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D-Wave의 주장처럼 양자 컴퓨팅이 실제로 현실 세계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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