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이에 맞선 국회의 거의 즉각적인 계엄령 해제 결의안 가결은 한국을 혼란으로 몰아넣어 경제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이 경고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울러 계엄을 둘러싼 혼란이 가라앉기 전까지 한국 주식·채권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배런스는 3일(현지 시각) 글로벌데이터 TS 롬바르드의 아시아리서치 책임자 로이 그린을 비롯한 애널리스트들이 앞으로 24~48시간이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제에도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계엄령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계엄령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광범위한 반발과 심지어 윤 대통령의 여당 내부에서도 이에 반대하고 있는 터라 계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이들은 판단했다.
이들의 전망대로 윤 대통령은 국회 결의안을 받아들여 6시간 만에 계엄을 해제했다.
계엄이 해제됐지만 야당이 내란 혐의로 윤 대통령을 밀어붙이면서 정국이 혼란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린은 “윤(대통령)이 시민 지지 기반이 없다”면서 “결국에는 이전 지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규모 시위 속에 탄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의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면서 한국 자산은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는 또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포함해 경제적 충격, 또 장기적인 시장 영향은 계엄령이 얼마나 오래, 강도 높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은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배터리 업체 LG엔솔, 자동차업체 현대 기아차 등 한국 주식들은 주식시장이 열리면 큰 변동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혼란이 지속되면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전자업체들 역시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 순위가 각각 3위, 5위에 올라있다. EV-볼륨스 닷컴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점유율 16%, SK이노는 6%를 기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윌리엄스도 고객들에게 보낸 분석노트에서 “국경(휴전선)이 평화 상태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불가피한 단기적 금융시장 충격을 제외하더라도 정치적 불안정성 기간에 따라 한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금이 한국 자산 저가 매수 기회라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제이슨 슈 창업자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한국 기업들의 주식을 저가 매수할 기회가 만들어졌다면서 이들 기업은 반도체 강세장 혜택을 계속 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붐과 중국으로부터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인트린직 신흥시장 주식 공동 책임자 데릭 어윈도 이번 사태는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과 연관돼 있을 뿐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면서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