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현대차·기아, 美 전기차 시장서 테슬라 아성 흔들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온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아성을 현대차·기아가 본격적으로 흔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처음으로 지난 2분기 50% 아래로 떨어진 것도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 업계 1위 테슬라의 격차가 그 어느 때보다 좁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현대와 기아의 점유율을 따로 보면 각각 5.1%, 5.4%로 포드자동차의 7.4%에 미치지 못했으나 둘을 합하면 10.5%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렉트렉은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이 10%를 넘었다는 것은 현대차·기아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은 2위 자리에 오르는 대약진을 기록했다는 뜻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일렉트렉은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켈리블루북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의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5%와 54%의 대폭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기아의 첫 3열 대형 전기 SUV인 EV9가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아 EV9는 테슬라 모델S, 토요타 bZ4X, 폭스바겐 ID.4, 닛산 아리야, 리비안 R1T 같은 쟁쟁한 경쟁사 전기차들은 물론이고 출시 때부터 ‘테슬라 킬러’로 불리며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자매 전기차 기아 니로 EV의 판매량마저 제쳤을 정도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렉트렉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니스 전동화 모델들도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22년 루이지애나주 라파예트에서 처음 선보인 제네시스의 미국 내 전용 매장이 최근 56개로 대폭 확대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일렉트렉은 이같이 보도했다.

클라우디아 마르케스 현대차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렉트렉과 인터뷰에서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제네시스 단독 매장이 이처럼 미국 전역에 확대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렉트렉은 미국 에너지부와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형 신차 전기차 연료소비 효율 보고서에서 아이오닉6이 으뜸을 기록하는 등 현대차·기아가 만든 2024년형 전기차들이 최상위 10개 차종 가운데 8개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오는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것 역시 현대차·기아의 테슬라 추격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호재로 평가되고 있다.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하면 HMGMA로 인한 조지아주 내 일자리 창출 효과는 5만명이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일렉트렉은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