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이 올해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50% 밑으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 시각) 자동차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4~6월 테슬라의 점유율이 49.7%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59.3%에 비해 대폭 하락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GM, 포드, 현대, 기아차 등의 약진에 따라 테슬라가 분기별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처음으로 50% 이하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테슬라가 2012년 모델S 세단을 선보인 이후 시장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는 올해 2분기에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1.3%가 증가했다. 미국에서 올 2분기에 판매 또는 리스된 전기차는 33만 대를 기록했고,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율은 8%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전기차 비중은 7.2%였다. NYT는 “지난해에는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40% 이상을 넘었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전기차 분야에서 테슬라의 경쟁 업체가 없었으나 이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나서고, 때로는 테슬라와 비슷하거나 앞서는 주행거리를 자랑하는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자동차혁신연합(AAI)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은 100종이 넘는다. 새 전기차 모델이 대거 출시되면서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BMW와 포드 등 보다 큰 규모의 딜러망을 갖추고, 자동차가 고장 났을 때 수리하기가 더 쉬운 자동차 제조업체를 찾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테슬라는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고장이 났을 때 수리하기가 어렵다고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NYT는 “테슬라의 베스트셀러는 2020년에 나온 모델Y로 상대적으로 오래됐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테슬라에 비해 최신 모델을 더 많이 출시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고, 디자인도 더 참신하다”고 강조했다. GM도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쉐보레 이퀴녹스 전기차 버전을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이전 가격 기준으로 대당 3만5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테슬라는 지난주에 올해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44만4000대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8% 감소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국가별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콕스 오토모티브는 올해 2분기에 미국 판매량은 17만5000대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6.3%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NYT는 “일론 머스크가 엑스를 통해 우익 정치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테슬라 판매에 악재 중 하나로 작용했다”면서 “전기차 소유자들은 대체로 진보주의자이거나 진보 성향이 있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많은 주에서는 연방 또는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 출신이 당선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테슬라와 함께 메르세데스-벤츠, 폴스타, 포르쉐, 볼보 등의 전기차 판매도 1년 전에 비해 감소했다고 콕스 오토모티브가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신차 점유율이 월간 기준으로 5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 전기차 신차 전체 등록 대수 10만2317대 중 테슬라는 46.3%에 해당하는 4만7350대였다. 지난해 4월 테슬라가 차지한 비중 63.8%와 비교하면 17.5%포인트 감소했다. 비테슬라의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4월 36.2%에서 올해 4월 53.7%로 뛰었다.
올해 1∼4월 미국 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로 살펴보면 테슬라(18만3278대) 비중은 50.1%로 집계됐다. 포드가 2만9816대로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만9대, 1만6579대로 나란히 3, 4위에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의 등록 대수를 합산하면 3만6588대로, 포드보다 6772대 더 많다. 이어 5∼7위는 BMW(1만5791대), 리비안(1만5045대), 메르세데스-벤츠(1만2786대)였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