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신음하는 발리 산호초가 하얗게 죽어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아름다운 산호초가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6년간 산호 보존에 헌신해온 지역 활동가는 최근 엘니뇨 현상으로 급격히 상승한 수온으로 인해 대규모 백화 현상이 발생,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발리 북부 해안 본달렘 마을에 거주하는 뇨만 수기아르토는 지난 12월, 자신이 애써 가꿔온 산호초의 90%가 백화 현상으로 하얗게 변해버린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처음 산호 보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10~20년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들었지만, 10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백지로 변했다"며 깊은 절망감을 드러냈다.
산호 백화 현상은 수온 상승 등 환경 변화로 인해 산호와 공생하는 조류가 떠나면서 발생한다. 조류는 산호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화려한 색깔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데, 조류가 사라진 산호는 면역력이 약해져 쉽게 질병에 걸리거나 죽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백화 현상이 발리 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전 세계 산호초의 54% 이상이 백화 위험 수준의 고온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지난 30년간 네 번째로 발생한 전 지구적 규모의 백화 현상이다.

특히 세계 최대 산호초 삼각지대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이번 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인도네시아 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산호초의 18%에 해당하는 약 510만 헥타르의 산호초를 보유하고 있다.
산호 삼각 센터의 해양 보호 고문인 마르텐 웰리는 "2023년 하반기 발리의 산호 백화는 엘니뇨로 인한 수온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며, 인도네시아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2019년 이후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산호는 회복력이 강한 편이지만, 엘니뇨와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이 지속된다면 백화 현상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호주 연구진은 현재와 같은 수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1~2년 사이에 더욱 자주 백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기아르토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산호 보존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산호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고 불법 어업 감시 활동을 지원하는 지역 공동체를 설립하기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섰다.

그는 "산호를 비롯한 해양 생물의 지속 가능성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며, "지역 사회가 함께 힘을 모아 산호초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하며,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과 함께 지역 사회 중심의 보호 활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발리 섬의 산호초는 단순한 관광 자원이 아닌, 해양 생물 다양성 유지와 지구 온난화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