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언제나 세금 납부의 달은 찾아오지만, 올해 10월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기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발표된 국세청의 부가가치세 행정은 단순한 징수를 넘어, 위기에 처한 민생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자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재난과 경제 타격을 입은 사업자들에 대한 선제 지원이다. 국세청은 올여름 집중 호우로 피해를 본 안동, 의성, 거제, 통영, 영광 지역의 사업자 약 3 만 6000명, 홈플러스 회생절차 장기화로 자금줄이 막힌 입점 및 협력 소상공인 등 1000명을 대상으로 10월 부가가치세 납부 기한을 당초 10~11월에서 12월 28일까지 2개월 직권 연장했다.
납세자가 별도로 신청할 필요 없이 과세당국이 선제로 납기를 늦춰준 점은 현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올해 납부 일정에서도 납세자를 배려한 대목이 엿보인다. 개인 일반과세자(223만 명)와 직전 과세기간(올해 상반기) 공급가액이 1억 5000만 원 미만인 소규모 법인(19만 개)은 별도의 예정신고 없이 직전 과세기간 납부세액의 절반을 고지받아 납부하면 된다. 주목할 점은 10월 초 개천절과 한글날 등 휴일 집중으로 고지서 송달이 늦어질 것에 대비해 이들의 납부 기한을 10월 말일(실제 납부 기한 11월 2일)로 일괄 연장했다는 것이다. 고지된 세액은 홈택스나 ARS 전화(1544-9944)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만약 최근 3개월(7~9월)간의 매출액이나 납부세액이 직전 과세기간 대비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거나 조기환급 사유가 발생했다면, 고지된 세금을 무리해서 낼 필요가 없다. 납세자 스스로 예정신고를 진행해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융통이 절실한 영세·중소기업을 위한 조기환급 조치도 돋보인다. 중소기업, 영세사업자, 특별재난지역 사업자 등이 신고 기한 내 조기환급을 신청할 경우, 법정기한(11월 10일)보다 6일이나 앞당겨 11월 4일까지 환급금을 선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현금 흐름'이 생명인 영세 기업에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다.
행정 편의성을 높인 '디지털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국세청은 사업자가 꼼꼼히 신고할 수 있도록 음식업의 밀키트 판매 관련 과·면세 기준이나 배달 플랫폼 현금 결제 등 업종 특성에 맞춘 82종의 맞춤형 신고 분석 자료를 23만 개 법인에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자가 수정하기 위해 번거로워했던 현금 영수증과 화물 운전자 복지 카드 매입 내역을 부가세 신고 화면(팝업창) 내에서 즉시 고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 납세 편의를 한층 끌어올렸다.
국가의 근간인 세금 징수는 원칙대로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번 10월 부가세 정기 행정에서 보여준 국세청의 유연한 대처는, 과세당국이 단순히 세금을 걷는 기관을 넘어 '따뜻한 세정'을 통해 위기에 처한 납세자와 어떻게 동행해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절세미인 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
박영범 세무사·YB세무컨설팅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