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MH·에르메스 두 곳에서만 약 334조원 감소…3분기 실적도 예상 밑돌아
중국 해외 자산 과세·증시 침체에 미국 소비까지 둔화…초고가 제품은 선방
중국 해외 자산 과세·증시 침체에 미국 소비까지 둔화…초고가 제품은 선방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유럽 6대 명품기업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약 2510억유로(약 373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명품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중국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소비 둔화가 나타나면서 유럽 명품기업들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루이비통과 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두 기업에서만 약 2249억유로(약 334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두 회사의 기업가치 감소액은 유럽 6대 명품기업 전체 감소액의 약 90%에 달한다.
유럽 주요 명품기업들이 이번 달 발표한 3분기 실적마저 이미 낮아진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명품시장 침체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LVMH 196조원·에르메스 139조원 시총 감소
FT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상장 명품기업 6곳인 LVMH, 에르메스, 케링, 리치몬트, 프라다, 몽클레르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총 2510억유로 감소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유럽 명품업계를 대표하는 LVMH와 에르메스다.
LVMH의 시가총액은 올해 1316억유로(약 196조원) 감소했다.
에르메스의 기업가치도 같은 기간 933억유로(약 139조원) 줄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감소액을 합치면 2249억유로로 전체 6개 기업 감소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같은 대규모 기업가치 하락은 중국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우려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LVMH, 에르메스, 구찌의 모회사 케링이 이번 달 발표한 실적은 이미 크게 낮아진 시장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명품산업의 회복 시점을 다시 검토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도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소비 침체 장기화…6개월 소매판매 증가율 0.5% 미만
유럽 명품기업들의 부진에서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 소비 위축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명품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 고객층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시장 침체와 주식시장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고가 패션제품에 대한 소비심리가 크게 약화했다.
중국의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최근 6개월 동안 평균 0.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애널리스트는 “업계가 기대했던 중국 명품 소비자의 회복세가 멈추면서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명품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에 대응해 사업 전략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소비 둔화는 개별 명품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LVMH의 세실 카바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 세계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패션·가죽제품 부문의 매출이 10%대 중반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패션·가죽제품 수요 둔화가 주로 중국 고객들에게서 비롯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수요의 둔화가 진정되기를 기대하지만 그 시점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케링의 중국 소비자 대상 매출 감소세는 더욱 심각했다.
케링은 3분기 중국 소비자 대상 매출이 15~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에 기록한 10%대 중반의 감소율보다 악화한 수준이다.
케링은 구찌 외에도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해외 신탁 과세 강화…증시 4개월간 19% 하락
중국 부유층의 명품 소비에는 금융시장 불안과 자산 과세 강화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주부터 역외 신탁을 통해 얻은 배당금과 이자소득에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해외 자산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면서 중국의 고액 자산가들이 소비와 자산 운용에 더욱 신중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부진도 소비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중국 주요 상장기업 300곳의 주가를 반영하는 CSI300지수는 최근 4개월 동안 19% 하락했다.
이 기간 중국 주식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2조달러(약 2654조원)가 넘는다.
중국 내수 부진과 AI 투자 거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 하락의 배경으로 꼽혔다.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평가됐던 에르메스에서도 중국 소비 둔화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에르메스의 기성복·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3분기 전 세계에서 2% 감소했다.
에릭 뒤 알구에트 에르메스 CFO는 최근 중국 증시 하락과 해외 자산에 대한 규제 강화가 사업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닉 앤더슨 애널리스트는 “에르메스의 최근 실적 발표는 의문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질문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르메스가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는 데다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중산층을 포함한 일반 명품 소비자에 대한 의존도도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르메스 최고가 가방·보석류는 두 자릿수 성장
명품산업 전반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도 모든 제품군의 실적이 나빠진 것은 아니다.
특히 최상위 가격대의 핸드백과 보석류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수요가 이어졌다.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인 버킨백을 비롯한 최고급 가방의 매출은 3분기 10.8% 증가했다.
보석류에서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브랜드가 나타났다.
LVMH가 보유한 티파니와 케링 계열 보석 브랜드 부쉐론은 모두 3분기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가죽제품은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같은 실적 격차는 명품시장 내부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최상위 고객층과 일반적인 명품 소비자층의 지출 양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개별 브랜드의 실적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명품시장 전체에서 모든 최고가 제품의 수요가 강하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미국 소비도 냉각…3개월 연속 명품 지출 4% 이상 감소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명품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올해 초까지 유럽 명품기업들의 실적을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 약세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
씨티그룹의 신용카드 결제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명품 소비액은 지난 7월, 8월, 9월에 각각 최소 4% 감소했다.
미국 소비 둔화의 영향은 명품기업별로 차이를 나타냈다.
에르메스는 미국 고객들의 소비가 여전히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상대적으로 중산층과 일반 명품 소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케링은 미국 시장의 소비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링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불확실성도 소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명품 소비 위축이 미국 시장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유럽 명품기업들의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주요 시장이 모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명품시장 반등 불투명…기업들 비용 효율화에 집중
중국과 미국에서 뚜렷한 수요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유럽 명품기업들은 비용 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실적은 업계의 침체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명품기업들은 중국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의 회복 여부,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변화 등을 주시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솔카 애널리스트는 주요 시장의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 명품기업은 소비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 외에 뚜렷한 선택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FT는 중국 소비 위축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유럽 주요 명품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대규모로 감소했으며 최근의 실적 발표에서도 업계 회복을 확인할 만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