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17일 ‘쿠팡지회(쿠니언, Cou-nion)’의 설립을 공식화했다. 쿠니언은 쿠팡 본사와 계열사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사무직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노조다. 기존에는 물류 및 배송 부문에 각각 기업별 노조가 존재했지만, 본사 대상 노조 출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니언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고객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직원들의 희생이 반복돼왔다"며, 포괄임금제 폐지, 연봉 및 성과급 기준의 투명한 공개, 평가 강제 배분 폐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가 공식 출범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내부 비판이 이어졌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와 단체 메신저방 등에는 쿠니언 지회장 이 모 씨에 대한 문제 제기 글이 다수 게시됐다. 다수의 쿠팡 직원들은 이 지회장이 과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였다고 주장하며, “직원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회사 측 징계 이력까지 거론됐다. 한 직원은 “후배가 이 지회장의 괴롭힘으로 퇴사했고, 징계까지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직원은 “저성과자로 알려진 인물이 노조 대표로 나서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도 없었다"며 공식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대표성 논란에 직면한 쿠팡지회는 이날까지 해당 의혹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직원들은 “쿠팡에 필요한 건 투명한 협상과 소통의 노조”라며 구성원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조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쿠팡지회는 출범 성명에서 “노조는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아니라 함께 가는 동반자가 되겠다”며, “존중받는 일터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경 기자 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