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진정한 종식”을 원한다며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단순한 휴전이 아닌 더 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5일째인 17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예정보다 일찍 종료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휴전을 말한 적이 없다”며 “훨씬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고 CBS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의 갑작스러운 귀국과 관련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휴전 조율’을 위해 귀국한 것이라 말한 데 대해 “그는 내가 왜 워싱턴으로 가는지 모른다. 휴전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큰 일”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핵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을 원한다”며 “이스라엘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이틀 안에 알게 될 것”이라며 “아무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테헤란 시민 약 1000만명은 즉시 대피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안전하길 바란다”고만 짧게 언급했으며 이스라엘은 전날 테헤란 중심 지역에 거주하는 30만명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그는 “캐나다에선 중동 상황을 기밀 유지하며 제대로 볼 수 없다”며 “백악관 상황실이 훨씬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CBS뉴스는 미국과 이란 간 중재를 시도하고 있는 카타르 및 오만의 협상 경로를 인용해 이란 측이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는 한 미국과의 새 핵합의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나 JD 밴스 부통령을 협상에 보낼 수 있다면서도 “내가 돌아가서 판단할 것”이라며 “지금은 협상할 기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군에 대한 위협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란은 미군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며 “만약 그렇게 하면 우리는 엄청난 응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주 개시된 대규모 이란 공습을 “국가의 생존을 건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스라엘 측 정보에 따르면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질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 몇 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이란이 핵무기를 제조 중이거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하도록 승인한 증거는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녀가 뭐라고 했든 상관없다”며 “나는 이란이 (핵무기를) 거의 완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군 최고위 지휘관 알리 샤다므나이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샤다므나이는 앞서 공습에서 사망한 전임 참모총장을 대신해 임명됐으며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가장 가까운 군 인물로 꼽힌다.
이같은 공습이 계속되면서 이란 내에서는 주요 도시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 이스파한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장면이 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됐고, 탑승자들은 “우린 나갈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절망하는 음성이 녹음됐다.
전쟁의 인명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16일 기준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2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이후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에서는 24명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네타냐후 총리가 밝혔다.
이란은 17일 새벽까지 30발의 미사일을 추가 발사했으며 이 중 다수는 요격됐지만 일부는 이스라엘 중부 페타티크바 시의 아파트에 명중해 4명이 숨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