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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스라엘-이란 공격 후 국제유가 7% 급등, 증시·항공업계에도 타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금·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급증, 항공사 운항 중단 잇따라
뉴욕 주식 시장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협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16일(현지시간)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뉴욕 주식 시장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협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 16일(현지시간)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과 군사 거점을 대규모로 공격한 뒤,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으로 반격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번 충돌은 세계 주요 석유와 가스 생산지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경제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고 지난 16(현지시각) 알자지라방송이 보도했다.

◇ 유가·에너지 안보 충격과 글로벌 물가 부담


이스라엘이 이란을 선제 공격한 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크게 올랐다. 브렌트유 등 세계 기준 원유 가격은 이스라엘 공격 전날보다 약 7% 오르며, 616일 기준 배럴당 74.60달러(101400)를 기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이후 가장 큰 변동폭 중 하나다.

이란과 걸프 국가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약 21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해상 석유 공급의 핵심 동맥이다. 이 해협이 이란에 의해 막힐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136000)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핵심 보수당 의원 에스마일 코사리는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해협 봉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세계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TS 롬바르드 경제 분석가 함제 알 가오드는 "유가가 오르면 생산 비용이 늘고, 식품·의류·화학제품 등 에너지 집약적 제품 가격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이 길어질 경우 세계 석유 수입국들은 더 높은 물가와 경제 성장 둔화를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세계 7위 산유국으로, 이란에서의 원유 공급 차질은 한국 등 중동 에너지에 의존하는 국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원유의 70% 이상, 액화천연가스(LNG)30% 이상을 중동에서 수입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라 에너지 수급 불안과 물가 급등 등 경제와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충돌로 이란에서 220명 이상이 숨졌으며, 이 중 여성과 어린이가 70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에서도 최소 24명이 목숨을 잃었다.

금융시장·항공업계 심리 위축...안전자산 선호 급증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은 강한 위험 회피 심리를 보였다. 주식시장은 이스라엘 공격 소식 직후 요동쳤다. 뉴욕증시 S&P 500지수는 1.1%, 나스닥 종합지수는 1.3% 내렸다. 중동 증시도 타격을 받았는데, 이집트 EGX 30지수는 7.7% 급락했고, 텔아비브 증권거래소 35지수는 1.5% 내렸다. 유럽 증시도 DAX, CAC 40, FTSE 100 등 주요 지수가 0.5~1.1%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따라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켰다. 뉴욕상업거래소 기준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426달러(466만 원)1% 올랐다. 미국 달러지수도 98선을 넘어섰다. 스위스 프랑, 일본 엔 등 기축통화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항공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스라엘, 이란, 이라크, 요르단 등 중동 주요국이 영공을 닫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노선이 마비됐다.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 등 중동 주요 항공사들은 이란,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등지로 가는 항공편을 일시 중단했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는 이란 영공이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닫힌다고 밝혔다. 이라크도 영공을 닫고 공항 교통을 중단했다. 요르단 민간 항공 당국은 "이 지역에서 일어나는 긴장 고조로 모든 위험을 예상해" 영공을 잠시 닫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관광객 약 4만 명은 항공편 운항 중단에 발이 묶인 채 귀국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스라엘 국적 항공사 엘알항공은 619일까지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으며, 유럽행은 623일까지 중단됐다. 육로 이동도 이집트 시나이, 요르단 등 인접국 여행경보로 사실상 제한됐다.

◇ 시장 심리와 전문가 전망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스라엘-이란 충돌이 길어질 경우 물가 상승과 금리 조정 등 전방위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G7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선 상황에서, 잠재적 에너지 가격 충격이 정책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영국은행(Englandbank)은 최근 기준금리를 4.25%로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하를 보류한 상태다.

TS 롬바르드 경제 분석가 함제 알 가오드는 "현재 시장은 분쟁이 억제된 상태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군사 시설이나 자국민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은 단기 충격 이후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중동 관광에 단기적 차질이 있을 수 있지만, 한 달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제 알 가오드는 "관광업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미 많은 사상자와 파괴가 있었지만, 다음 공격은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협의에 나서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이스라엘-이란 충돌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에너지 공급망과 금융시장, 항공업계 전반에 걸쳐 심리적·실질적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라 유가 변동성은 앞으로도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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