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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9MH, 美 육군 차세대 자주포 사업 출사표…현지 생산 승부수

'모바일 택티컬 캐넌' 시제 제안 예고…155㎜ 장사정 정밀화력 현대화 수요 정조준
앨라배마 생산기지 발판으로 단계적 현지화 추진…탄약·사격통제 아우른 통합 해법 제시
한화디펜스 USA가 미 육군 모바일 택티컬 캐논(MTC) 사업에 제안한 K9MH 차륜형 자주포. 한화는 앨라배마 생산거점과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결합해, 장거리 정밀화력 전력화와 현지 산업기반 강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사진=한화 디펜스 USA이미지 확대보기
한화디펜스 USA가 미 육군 모바일 택티컬 캐논(MTC) 사업에 제안한 K9MH 차륜형 자주포. 한화는 앨라배마 생산거점과 미국 내 공급망 구축을 결합해, 장거리 정밀화력 전력화와 현지 산업기반 강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사진=한화 디펜스 USA

한화디펜스 USA가 미 육군의 차세대 차륜형 자주포 사업인 모바일 택티컬 캐논(MTC) 프로그램에 K9 자주포 계열의 차륜형 모델 ‘K9MH’를 제안하며 미국 지상화력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단순 수출 제안이 아니다. 미국 현지 생산, 군수지원, 탄약 공급망까지 묶은 ‘미국형 포병 패키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은 K-방산의 북미 진출을 넘어 미국 방산기반 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시험대 성격이 짙다.

1일(현지 시각) 디펜스 인더스트리 유럽에 따르면 한화디펜스 USA는 미 육군의 MTC 시제 제안 요청에 맞춰 K9MH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 체계를 미 육군의 포병 현대화와 장거리 정밀화력(Long-Range Precision Fires) 요구에 부합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155mm 체계인 K9MH는 이미 전 세계에서 검증된 K9 계열을 기반으로 하며, 한화는 2000문 이상이 각국에 전력화됐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번 제안의 승부처는 성능만이 아니다. 미국 안에서 직접 만들고, 미국 안에서 유지하며, 미국 공급망과 일자리로 연결하겠다는 현지화 전략이 핵심 축이다. 한화는 단계적 현지화 전략을 통해 미국 내 생산과 지원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기 생산 거점은 앨라배마주다. 이곳에서 제조 기반을 세운 뒤 생산능력 확충과 장기 군수지원 능력까지 키워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방산시장의 가장 높은 장벽인 ‘현지 산업기반 기여’를 정면으로 겨냥한 카드다.

앨라배마 거점화와 현지생산 승부

마이클 콜터 한화디펜스 USA 사장은 미국 산업기반에 대한 투자와 단계적 현지화는 조선, 탄약, 전투차량을 막론하고 한화의 사업모델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제이슨 박 부사장도 앨라배마는 시작점일 뿐이며 향후 미국 내 사업 기반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두 발언을 종합하면, 한화는 이번 MTC 사업을 개별 프로그램 수주 차원이 아니라 미국 내 장기 제조거점 구축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목은 미 육군의 최근 조달 기조와도 맞물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위기를 거치며 유사시 필요한 포탄, 추진장약, 화포 생산능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현실을 절감해 왔다. 그만큼 지금 미국이 원하는 것은 성능 좋은 플랫폼 하나보다, 전시 소요를 감당할 수 있는 산업 역량까지 포함한 ‘지속 가능한 전력’이다. 한화는 바로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단기간 전력화와 낮은 사업 위험, 그리고 대량생산 능력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미 육군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지점을 찌르고 있는 셈이다.

한화가 내세운 또 다른 강점은 ‘검증된 체계’라는 점이다. 미 육군이 차세대 화력을 원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불확실성이 큰 신개념 체계를 택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K9 계열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전 배치돼 운용 이력이 축적된 플랫폼이다. 한화는 여기에 기술 삽입 여유가 충분한 검증 플랫폼이라는 점까지 강조했다. 기존 운용 안정성과 향후 개량 여지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포석이다.

화포·탄약 묶은 포병체계 패키지


한화의 제안이 더 주목되는 이유는 K9MH를 단순한 자주포 플랫폼으로만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이크 스미스 부사장은 장거리 정밀화력 임무를 체계 수준에서 본다며, ‘토탈 아틀러리 솔루션’은 플랫폼을 넘어 포탄, 추진장약, 사격통제, 지휘통제(C2) 통합까지 아우른다고 말했다. 미 육군이 포병 현대화를 ‘체계 대 체계’ 접근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발언은 매우 전략적이다. 포 자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쏘고 보급하고 지휘하는 전체 생태계를 함께 공급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 구상은 최근 한화가 미국 아칸소주에 약 13억 달러(약 1조 9600억 원)를 투자해 새 탄약 생산시설을 짓겠다고 밝힌 계획과 맞물릴 때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앨라배마에서 화포를 만들고, 아칸소에서 탄약을 생산하는 구조가 현실화하면, 한화는 미국 안에서 화포와 탄약을 함께 묶는 수직형 공급망을 갖추게 된다. 단순 조립생산을 넘어, 포병 전력의 핵심 축인 ‘플랫폼-탄약-지원’ 체계를 현지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그림이다. 미 육군이 요구하는 장거리 정밀화력은 화포 한 문 늘린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포탄 공급, 재보급 능력, 지휘통제 연동, 지속 지원 체계가 함께 따라붙어야 한다. 한화는 이 점에서 이미 호주, 폴란드, 이집트, 루마니아 등에서 쌓은 현지 생산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제이슨 박 부사장이 “현지화는 일회성 노력이 아니라 습관”이라고 표현한 것도, 바로 이런 축적된 실행 모델을 미국에 이식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이번 MTC 사업 제안은 한화가 미국에 자주포 한 종을 파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 육군 포병 현대화, 미국 산업기반 강화, 전시 대량생산 역량, 장거리 정밀화력 운용 개념까지 한 번에 겨냥한 입체적 승부다. 특히 K9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입증한 성능을 바탕으로, 미국식 현지화와 공급망 구축 능력까지 결합하려는 점에서 파급력은 적지 않다. K-방산이 미국 시장에서 진정으로 시험받는 무대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K9MH가 카탈로그 속 제안에 머물지, 아니면 미국 본토 생산체계를 갖춘 차세대 화포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화가 이번에 미국에 던진 승부수가 단순한 수출 제안을 넘어선, 산업과 전력을 묶은 정면 돌파라는 점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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