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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섬백리향-꽃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어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기사입력 : 2019-01-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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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새해가 밝았다. 새 캘린더를 바꾸어 걸며 축복처럼 주어진 새로운 삼백예순날을 헛되이 흘려버리지 않도록 알찬 계획을 세우고 보람찬 날들로 채워 가리라 마음의 각오를 다져본다. 새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의 연속이지만 새해 새 날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자 특권이다. 살아 있기에 우리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고, 잘못을 반성하고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새해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나의 새해 소망은 꽃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꽃을 보고 꽃에 관하여 글을 써왔지만 정작 나는 꽃처럼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지 못했다. 화향십리(花香),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데 되돌아보면 악취 풍기는 역겨운 순간도 많았고, 튼실한 열매를 맺기보다는 낙과 또한 많았다. 만리는 고사하고 주변에 악취만 풍기고 살아왔으니 새해에는 꽃처럼 향기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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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백리향

꽃의 향기를 생각할 때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꽃은 누가 뭐래도 섬백리향이다. 수년 전, 울릉도 여행에서 만난 섬백리향의 자잘한 분홍색 꽃에서 번지던 맑고 그윽한 청향을 잊지 못한다. 천연기념물 52호로 지정된 섬백리향은 울릉백리향이라고도 한다. 울릉도 나리분지가 고향이다. 들꽃이나 나무의 이름에 섬 자가 붙어 있으면 그네들의 고향은 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울릉국화처럼 아예 고유 지명이 붙은 녀석도 있지만 대부분은 육지의 개체와 구별하기 위해 섬 자를 붙인 까닭이다. 예를 들면 섬노루귀, 섬말나리, 섬기린초, 섬잣나무처럼.

섬백리향은 꿀풀과의 낙엽관목으로 주로 바닷가의 바위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란 고립된 공간에서 척박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해마다 6~7월이면 자잘한 분홍색의 꽃을 피운다. 길이 약 1㎝로서 이삭꽃차례로 촘촘하게 달린다. 꽃받침과 화관은 2개의 입술 모양으로 4개의 수술이 있다. 꽃향기가 백 리까지 번지는 덕분에 울릉도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단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향기가 짙다. 꽃향기도 좋지만 백리향이란 이름은 꽃만이 아니라 식물체 전체가 향기로워 향이 신발에 묻으면 백 리까지 이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섬백리향은 향기 덩어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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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백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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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백리향

섬백리향이 훨씬 꽃도 크고 잎도 커서 활용 가치가 높다고 한다. 높이가 한 뼘을 넘지 않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땅 위를 기듯 퍼져나가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화분이나 축대 같은 곳에 심어두고 키우면 그윽한 향기와 함께 보라색을 띤 분홍색 꽃을 즐길 수 있다. 섬백리향은 밀원식물이어서 꽃이 피는 동안엔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내륙의 고산지대에 비슷한 특성을 지닌 백리향이 드물게 자라지만 보통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은 섬백리향이다. 자생적으로는 울릉도에서 제한적으로 자라는 희귀식물이지만 관상용으로 재배되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꽃나무라고 해서 사시사철 꽃을 피워달고 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꽃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비록 짧지만 눈부시게 다가왔던 환한 꽃의 기억이 우리의 가슴에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섬백리향과 함께 울릉도 바닷가에 피는 해국은 환경이 열악할수록 더 짙은 향기와 꽃빛을 지닌다고 한다. 세찬 파도를 헤치고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제 안의 향기를 한껏 길어 올리는 까닭이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도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가 나듯이 꽃과 가까이 하면 내게서도 꽃처럼 향기가 나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어여쁜 꽃만이 아니라 온몸에서 향기가 나는 섬백리향을 보면 누구라도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을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이 지닌 향기를 조금이라도 가까운 이웃에게 나눠주고 싶어질 것이다. 새해에는 모든 사람이 꽃처럼 향기로워져서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백승훈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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