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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의 파파라치] 디지털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기사입력 : 2018-04-2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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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정보경영학박사, 트렌드라이터)


‘똑딱이 카메라 하나로는 모자라게 만드는 너, 스르르 눈을 감고 춤을 추게 만드는 너, 너는 바람따라 날아가지만 그런 너를 보며 걸음을 멈추는 나, 봄만 되면 네 앞에선 나도 모르게 바보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은 누군가의 에너지다’ 최근 눈에 띄는 GS칼텍스의 신문광고 문안이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휘날리는 봄꽃을 바라보며 얻는 그 깊고도 진한 그 행복감을.

‘소확행’은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겠다는 심리다.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는 현자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삶의 모든 순간에서 작은 행복이라도 잡겠다는 행렬은 길고도 측은하다. 둘레길을 걸으며 삶의 고단함을 견디고 자신의 디지털 방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강국에 둘러싸여 바람 잘 날 없는 나라, 먹고 살기 위해 수출에 매달려야 하는 나라에 태어난 것은 운명이라고 치자. 우리는 네 번의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지옥 같은 입시의 관문을 통과해도 쥐구멍 만한 취업의 난관이 기다린다. 상아탑의 가치는 4년 뒤의 절망감으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창업을 지원한다고? 프로들도 아사 직전의 시장인데? 자, 천신만고 끝에 넥타이부대에 합류했다고 하자. 이제는 구조 조정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동료와 상사의 틈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하고 거래처의 횡포를 술안주 삼아 덮어버려야 한다. 문제는, 정말 문제는 지겹게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간신히 살아남아 직장에서 은퇴할 50대 초, 중반, 어이없게도 우리는 노년 준비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가혹하게도 생명 연장의 의학기술은 또 다른 한 세대를 살아갈 것을 명령했다. 시어머니를 두 분이나 모시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런 우리가 나중을 기약할 여유가 있겠는가? 그런 의미로 보면 ‘소확행’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행복을 만드는 기술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을 닫고 SNS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조용하고 느린 삶에서 누리는 작은 행복을 찾겠다는 것이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미국사람들의 경우 눈만 뜨면 스마트폰을 보는 이들이 62%에 달하고, 15분마다 스마트폰을 접속하는 사람은 79%에 이른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온라인 쇼핑 경험을 한 사람이 87%에 달한다.심지어 1/3은 온라인에서 배우자를 찾은 경험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중학생도 스마트폰 접속량이 하루에 4.4시간에 달했다. 이렇듯 생활의 중심이 된 스마트폰 이지만 행복의 조력자가 아니라 방해자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디지털의 화면 속에 갇혀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운동성이 떨어졌고 집중력은 분산되었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공격성과 성인물 접촉으로 모방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영향력은 어떨까? 그곳에서 우리는 말을 머뭇거리거나 실수할 염려가 없다. 시간과 장소와 상황을 숨기거나 조작해서 자신을 얼마든지 다른 존재로 그려낼 수 있다. 꽃을 좋아하고 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닮고 싶은 가상의 정체성으로 만들어진 가공의 텍스트를 세상 속으로 불시에 던진다. 타인의 평가와 인정을 기다리는 흥분의 시간을 기다리다 ‘좋아요’를 얻거나 호의적인 댓글 이라도 받는다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짧은 순간의 존재감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지나친 경계심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 검열이나 위선의 문제는 관계의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또 ‘좋아요’의 개수에 따라 소외와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주장이 과장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또 정치적인 입김에 따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연대와 결속을 다짐하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집단의 이해를 고집하는 분열의 장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진단도 가능하다. 디지털를 닫는 사람들은 그래서 생긴다. 현실 속의 인간의 만남을 통해 가상 속에 세워진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행복의 거짓 순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당신의 입장은 어떤 것이냐고?

최근 ‘달구’라는 포메란종의 강아지를 입양했다. 550g이던 몸무게가 두 달이 지난 지금 1.9kg이 되었다. 그 간 낯이 설었는지 밥 먹기를 두 번이나 거부해서 병원을 찾아다닌 일이나 온 사방으로 배설물을 늘어놓아 그걸 수시로 치워야 하는 수고로움은 있었다. 하지만 달구는 가족에게 대화의 창구와 활력이 되어 주었다. 달구를 키우며 행복을 찾는 것이나 번거로움을 감내하는 것은 이제 우리 가족의 문제다. 그렇다면 마찬가지가 아닐까? 스마트폰이나 SNS는 결국 소통의 장일 뿐이다. 그걸 어떻게 쓰는가는 사실상 개개인의 문제라는 말이다. 결국 모든 현상의 주체는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디지털이 ‘소확행’을 방해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주의는 기울이겠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는가. 나는 여전히 스마트폰을 열어 오늘의 사건에서 오늘의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다. 책은 고인 물이 되기 십상이니까. 그리고 디지털 방에서 내 지인들의 소확행을 확인하고 응원할 것이며 그들의 ‘좋아요’를 통해 위로받을 것이다. 그리고 어제의 세미나에서 발표된 유용한 최신 정보를 꾹 눌러 저장해서 나만의 관점을 만드는데 수시로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의도적인 위선이 아니라면 조금 겉멋을 부리거나 자신을 치장하면 어떠랴. 여인네가 가벼운 화장으로 아름다워지겠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어느 시인이 외로와서 사람이라고 했지만 우리의 긴 인생, 어디든 언제든 모여서 위로하고 위안받으며 살아야 한다. 떠나간 이들이여 스마트폰으로, SNS로 돌아오라. 모든 것은 당신이 하기 나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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