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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美 민주당 의회 장악에도 생활비 부담 여전”

트럼프 거부권에 감세정책 전면 수정 어려워…고소득층 과세·은퇴연금 확대 논의
모기지 금리 7% 넘어 주택시장 압박…AI 규제·의료비·에너지 가격도 변수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투표소 밖에서 중간선거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 투표소 밖에서 중간선거에 참여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11·3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세금과 은퇴연금, 주택, 의료비 등 미국 가계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책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제약으로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곧바로 생활비 부담 완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유권자들이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중간선거에서 식료품과 휘발유, 주택 등 필수 생활비 상승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민주당의 의회 장악만으로 가계 경제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6일 보도했다.

미국 의회는 세금과 재정지출, 사회보장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나 경제성장률, 휘발유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

특히 관세정책과 이란 전쟁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상당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이 의회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향후 2년간 세제 개편과 은퇴연금 확대, 인공지능(AI) 산업 규제, 주택 공급정책 등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감세정책 유지 가능성…고소득층 세금·지방세 공제 쟁점


세금 분야에서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대규모 감세법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고소득층 감세 등 기존 법안의 핵심 조항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 자산관리업체 BNY웰스의 알비나 로 자문·자산관리서비스 책임자는 민주당이 기존 감세법의 한시적 조항 가운데 일부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조항에는 초과근무수당과 팁 소득 일부에 대한 세금 공제, 65세 이상 납세자에 대한 추가 공제 등이 포함된다.

주·지방세 공제 한도도 주요 논쟁거리다.
현재 미국의 주·지방세 공제 한도는 4만달러(약 5364만원)이지만 2029년 말 이후에는 기존 수준인 1만달러(약 1341만원)로 돌아가도록 규정돼 있다.

뉴욕과 뉴저지 등 세금 부담이 높은 주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공제 한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정부 차원의 세금정책도 관심 대상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억만장자의 재산에 별도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높은 소득세율을 영구화하는 조치는 승인됐다.

로 책임자는 전국적인 부유세 도입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주정부 차원에서 고소득층에 대한 세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부 부유층이 세금 부담이 낮은 주로 거주지를 옮기거나 델라웨어, 네바다 등에서 신탁을 설립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퇴연금 가입 확대 추진…비정규·플랫폼 노동자도 대상


민주당의 의회 장악은 미국의 사회보장연금과 퇴직연금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사회보장연금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금 급여를 삭감하는 대신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닐 하원의원은 퇴직연금 관련 법안을 다루는 하원 세입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다시 맡을 예정이다.

닐 의원은 2022년 통과된 퇴직연금 개혁법인 '시큐어 2.0'의 주요 입법 추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새 의회에서는 직장 퇴직연금 자동가입 확대와 시간제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의 연금 가입 기회 확대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직장 퇴직연금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근로자들을 위한 연방 차원의 은퇴저축계좌 신설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미국 노동부에 대한 감독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401(k) 등 직장 퇴직연금에 사모펀드와 같은 대체투자 상품을 편입하는 규제를 완화하기보다는 가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따라 은퇴자산의 투자 구성을 성급하게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미국 자산관리업체 에메랄드웰스의 아일린 올슨 설립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금 보유를 늘리거나 사회보장연금을 조기에 수령하는 등의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정책 변화에는 입법과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들이 대응할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AI 규제 강화에 업종별 희비…의료 관련주도 영향


금융시장에서는 민주당의 승리가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간선거 다음 날인 4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민주당 의회와 공화당 행정부의 권력 분점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영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50년 이후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다음 12개월 동안 S&P500지수는 승리 정당에 관계없이 매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개별 산업에서는 규제 변화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자산관리업체 하이타워시그니처웰스의 오마르 쿠레시 매니징디렉터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감독 강화가 모든 AI 관련주에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크게 의존하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전력설비 공급업체, AI 연산능력 임대업체는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전력 공급능력을 이미 확보한 기존 데이터센터의 가치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쿠레시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처럼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AI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형 기술기업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예상된다.

온라인 투자 플랫폼 이토로의 랄레 아코너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민주당이 저소득층 의료지원 제도인 메디케이드와 건강보험 보조금을 확대하면 병원 운영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의약품 가격 인하 압력과 고령자 대상 민간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제약업체와 보험업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휘발유 4달러대·모기지 7%대…생활비 부담 완화 쉽지 않아


미국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생활비 문제는 새 의회가 출범하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돌입한 이후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약 5364원)를 넘어섰으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간선거 이후 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4일 브렌트유 가격은 약 9% 급락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는 없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1조5000억달러(약 2012조원) 규모의 국방부 예산에 제동을 걸거나 이란 전쟁을 조사할 감독기구 신설을 추진할 수 있다.

미국 유가정보업체 가스버디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최근 일주일 동안 갤런당 12센트 하락한 4.12달러(약 5525원)를 기록했다.

가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석유분석 책임자는 휘발유 가격이 일주일 안에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8월 상승률 3.4%보다 높아졌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때문에 관련 법률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택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넘어선 상태로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 종식이 주택 구매 부담을 낮추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금리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도 외국 출신 건설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택 건설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의회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21세기 주택법'을 통과시켰지만 실제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제안한 주택 구매 계약금 지원 정책도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주택 수요와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수전 와처 부동산학 교수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방·주·지방정부의 공동 대응과 함께 모기지 금리 하락, 저렴한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미국 가계의 세금과 연금, 의료비, 주택정책에 변화를 추진할 여지가 커졌지만 생활비 부담을 단기간에 낮출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관세·외교정책에 대한 행정부의 권한,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향후 가계 경제의 회복 속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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