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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67조 투자 유치 이면에 멈춰 선 설비…삼성·LG 현지화 정책 주시

- 1~9월 외국인 투자 등록액 67조 5831억 원 기록 속 삼성·LG 등 누적 투자 지속
- 신규 프로젝트 실제 자본 집행률 42% 머물며 공장 착공과 장비 반입 정체 확대
- 현지 부품 조달율 20%대 머물자 베트남 의회 차원의 기술 이전 연계 논의 부상
하노이시 바딘군에 위치한 베트남정부 청사. 사진=베트남정부포털이미지 확대보기
하노이시 바딘군에 위치한 베트남정부 청사. 사진=베트남정부포털

베트남이 2026년 1~9월 외국인직접투자 등록액 503억 6000만 달러(약 67조 5831억 2000만 원)를 끌어모으며 역대급 외자 유치 실적을 달성했다.

베트남 국영통신사 베트남플러스는 11월 5일(현지시각) 레민흥 베트남 총리의 국회 보고를 인용해 가공 제조와 첨단 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투자가 집중됐으나 실제 집행 흐름은 등록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약정된 등록자본이 실제 공장 설비 가동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뎌지면서, 현지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둔 한국 제조 생태계도 베트남 정부의 현지 부품 조달 확대 요구라는 정책 환경 변화를 주시하게 됐다.

호찌민 대형 개발 속 돋보인 글로벌 제조 거점 확장

호찌민시는 2026 가을경제포럼에서 총 등록자본 130억 달러(약 17조 4460억 원)에 이르는 12개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롯데프로퍼티스 HCMC와 팟닷부동산개발이 설립한 합작사가 추진하는 투티엠 신도시 기능2A구역 스마트 복합단지가 22억 9000만 달러(약 3조 731억 8000만 원)로 대표 사업에 포함됐다.

제말링크 항만 프로젝트는 7억 7000만 달러(약 1조 333억 4000만 원), 싱가포르 톡지스틱의 물류 프로젝트는 9억 8740만 달러(약 1조 3250억 9080만 원)로 각각 승인을 마쳤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이미 현지에 구축한 누적 투자 규모도 상당한 비중을 나타냈다. 삼성은 베트남 전체 외국인 투자 가운데 가장 큰 240억 달러(약 32조 2080억 원) 이상의 누적 자본을 투입하며 최대 투자자 지위를 확고히 지켰다.
LG는 106억 달러(약 14조 2252억 원)를 기록했고 대만 폭스콘은 50억 달러(약 6조 7100억 원)를 투입했다. 미국 인텔은 41억 달러(약 5조 5022억 원), 암코어는 16억 달러(약 2조 1472억 원)의 누적 투자를 확정했다. 엔비디아와 퀄컴, 독일 보쉬도 연구개발과 생산 거점을 지속해서 넓히는 흐름이다.

28조 원에 그친 집행액과 20%대 현지화율 한계


기존 제조 거점의 안정적 가동과 달리 최근 허가된 신규 프로젝트들의 현장 자금 집행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재무부는 같은 기간 실제 집행 자본이 약 212억 달러(약 28조 4504억 원)에 머물렀다고 확인했다. 연간 전체 집행액 역시 약 310억 달러(약 41조 6020억 원) 선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등록액 대비 실제 집행률이 42% 수준에 그친 셈이다.

재무부 산하 외국투자청은 인허가를 마친 대형 사업의 착공과 설비 도입이 지연되면서 서류상 등록액과 현장 집행액 사이의 간극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지 부품 생태계의 더딘 성장도 정책적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외국인 투자 부문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지만 공급망 내부의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은 20~25% 선에 갇혀 있다.

응오반투언 베트남 재무부 장관은 "투자 유치 성과를 단순히 들어온 자본 규모로만 재단해서는 안 된다"며 "베트남 기업의 가치사슬 참여와 기술 이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국회에서 강조했다.

닌빈성 출신 쩐티홍타인 의원도 주요 산업 현지화율이 40% 수준에 정체돼 있다며 세제 혜택 등 유치 인센티브를 현지 협력업체 육성 약속과 결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제조 기지의 현지 부품 협력과 원가 관리 과제


베트남 정부의 시선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내실로 옮겨가면서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전자업계의 셈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과 타이응우옌에서 글로벌 스마트폰 물량의 상당수를 생산하고, LG전자는 하이퐁 캠퍼스를 주력 가전 제조 기지로 두고 있다.

베트남 당국이 2026~2030년 연간 10% 이상 경제성장 달성을 목표로 현지화 규정 개편을 검토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로서는 향후 인센티브 제도 변화에 발맞춰 베트남 현지 부품 공급사와의 협력 범위를 점진적으로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달망 다변화가 진행될 경우 초기 품질 검증과 공급선 관리 차원에서 추가 비용이 들 여지가 있다. 완제품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부품 승인과 현장 기술 검증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다만 베트남 당국도 인프라 부담과 외국인 투자 이탈 우려를 의식해 급격한 강제 규제 도입보다는 단계적인 상생 유도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개편안의 구체적인 입법 속도와 현지화 유도 정책의 세부 조건이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등록 자본이 실제 공장 설비로 얼마나 빠르게 흘러들어 가는지와 함께, 베트남 현지 업계의 기술 수준이 글로벌 기준을 얼마나 신속히 충족할지가 향후 베트남 생산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잣대로 꼽힌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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