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팩 지원 44개 선거 중 29곳 패배·3곳 승리…12곳은 개표 중
텍사스에 2억2400만달러 투입했지만 공화당 후보 낙선…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
텍사스에 2억2400만달러 투입했지만 공화당 후보 낙선…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쏟아부은 막대한 정치자금이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가 설립한 정치활동위원회인 아메리카팩이 지원한 44개 연방 선거 가운데 29곳에서 공화당 후보가 패배했으며 실제 집행한 선거자금의 약 93%가 낙선한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특히 머스크가 전체 정치자금의 절반에 가까운 2억2400만달러(약 3004억원)를 투입한 텍사스주에서는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와 현직 주지사가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민주당의 승리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요 사업 거점인 텍사스의 산업정책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데이터센터 건설 허가와 전력·용수 공급, 기업 세제 혜택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머스크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사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NBC는 머스크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각) 실시된 중간선거에 역대 최고 수준의 정치자금을 투입했지만 지원 후보들의 잇따른 패배로 정치적 영향력과 주요 사업의 규제 환경에 새로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4일 보도했다.
◇4억7400만달러 투입…지원 선거구 3곳만 승리
CNBC가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의 정치자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머스크는 이번 중간선거에 최소 4억7400만달러(약 6357억원)를 지출했다.
이 가운데 약 2억2400만달러가 텍사스주에 집중됐다.
텍사스는 머스크의 주요 사업시설이 자리 잡은 지역으로 공화당의 승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의 사업 환경에 중요할 것으로 여겨졌던 곳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켄 팩스턴 연방 상원의원 후보는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에게 패배했다.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주지사도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머스크가 설립한 아메리카팩의 연방 선거 지원 성적도 부진했다.
CNBC에 따르면 아메리카팩은 44개 연방 선거에 약 8680만달러(약 1164억원)를 집행했다.
4일 오전까지 확인된 결과에서 공화당 후보가 패배한 선거는 29곳이었으며 승리한 선거는 3곳에 그쳤다. 나머지 12곳은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
아메리카팩은 패배한 후보들의 선거에 총 8080만달러(약 1084억원)를 투입했다.
전체 연방 선거 지출액의 93.1%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승리한 후보들에게 사용한 자금은 약 27만6000달러(약 3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CNBC는 머스크가 2026년 중간선거에서 알려진 개인 후원자 가운데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지출했지만 그가 지원한 공화당 후보 상당수가 패배했다고 분석했다.
◇텍사스 민주당 주지사 당선…테슬라·스페이스X 사업 변수
머스크에게 텍사스의 선거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이 지역에 핵심 사업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텍사스주 오스틴 외곽에서 미국 내 최대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텍사스 남부 스타베이스에서 로켓을 발사하고 있으며 머스크는 AI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도 추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전력과 용수 공급, 환경 인허가, 기반시설 구축, 세금 감면 등 주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새로 당선된 민주당 이노호사 주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과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을 비판해 왔다.
이노호사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관련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가 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력 비용을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노호사는 당선 연설에서 오랫동안 텍사스를 좌우해온 영향력 있는 인물들로부터 권한을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텍사스주 의회는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민주당 주지사가 주요 산업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주의회의 제약이 있더라도 이노호사 주지사가 인허가와 기업 지원정책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머스크의 사업 확장 계획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 반대 광고 1억7300만달러…지역 규제 확산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치광고 분석업체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집행된 광고비는 총 1억7300만달러(약 2320억원)에 달했다.
관련 광고는 대부분 데이터센터 건설에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민주당 진영이 집행한 광고비는 1억4000만달러(약 1878억원)로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관련 부정적인 광고에 약 2800만달러(약 375억원)를 사용했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후보는 공화당 존 허스테드 상원의원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원해온 점을 비판하며 선거운동을 펼쳤고 결국 승리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데이터센터 산업계의 정치자금 지원이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생 데이터센터 업계 정치활동위원회인 빌딩더퓨처는 공화당 달린 그레이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150만달러(약 20억원) 규모의 광고를 예약했다.
그러나 그레이엄 후보는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2년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민주당 애니 앤드루스 후보에게 패배했다.
지역 주민투표에서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지방 안건 41건이 투표에 부쳐졌다.
CNBC에 따르면 4일 오전까지 최소 10개 지역사회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금지 또는 제한 조치가 승인됐다.
◇AI 인프라 투자 5조달러…인허가 지연이 수익성 위협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향후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JP모건자산운용은 2030년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약 5조달러(약 6705조5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약 2조달러(약 2682조2000억원)는 투자적격등급 채권시장을 통해 조달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규모 차입을 바탕으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는 시설이 완공돼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전까지 예상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건설 허가가 지연되면 시설 가동 시점과 매출 발생 시기가 함께 늦어질 수 있다.
전력요금과 차입금리가 상승할 경우 사업비가 늘어나 예상 투자수익률을 달성하기도 어려워진다.
CNBC는 민주당의 승리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AI 인프라 투자에 참여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수익성 측면에서 추가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AI·벤처캐피털도 정치자금 투입…기술업계 영향력 시험대
이번 선거에서 거액의 정치자금을 투입한 기술기업 관계자는 머스크뿐만이 아니다.
오픈AI의 그레그 브록먼 사장과 배우자 애나는 AI 규제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설립된 정치단체 리딩더퓨처에 2500만달러(약 335억원)를 기부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업체 앤드리슨호로위츠도 같은 단체에 5000만달러(약 671억원)를 지원했다.
기술업계는 일부 선거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AI 안전장치 강화를 주장한 뉴욕주의 알렉스 보어스 의원이 민주당 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CNBC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극복하는 데는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의 정치자금 투입 역시 이번이 처음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팩은 2024년에도 패배한 연방의회 후보 8명을 지원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위스콘신주의 보수 성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2000만달러(약 268억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정치활동에 사용하는 돈을 크게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중간선거에서 다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CNBC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머스크의 정치적 우군이 줄어들고 텍사스주에서도 사업에 우호적이었던 정책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연방 행정부를 통제하고 법안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머스크 관련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단기간에 전면 철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의 선거자금 집행 결과와 데이터센터 규제 움직임은 정치적 영향력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온 미국 기술업계가 앞으로 직면할 사업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