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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도 100달러 뚫었다…중동전 장기화 공포 ‘고유가발 고물가’ 비상

WTI 100.13달러·브렌트유 105.38달러…미·이란 공습, 유조선 피해 겹쳐
“전쟁, 트럼프 임기 말까지 갈 수도” 전망…한국 수입물가·금리 부담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 남성이 엑손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 남성이 엑손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국제유가 상승세가 미국 원유 가격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까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확산하고 있다. 브렌트유가 이미 100달러 고지를 돌파한 데 이어 WTI마저 세 자릿수에 진입하면서, 미·이란 충돌이 세계 경제를 다시 고유가·고물가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NBC와 금융권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은 오전 8시32분 기준 전장보다 4.3% 오른 배럴당 100.13달러에 거래됐다. 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중동발 공급 불안이 원유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같은 시각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장보다 4.1% 상승한 배럴당 105.3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원유시장의 대표 가격인 브렌트유와 미국 내수 시장의 기준인 WTI가 나란히 급등하면서, 산유국 생산 차질뿐 아니라 원유 운송·보험·정제와 석유제품 유통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확산이다. 지난달 비교적 소강 상태를 보였던 양국 간 전쟁은 이달 들어 공습과 보복 공격이 반복되며 다시 격화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유조선 공격과 격침 피해가 이어지면서 원유의 실물 공급과 해상 운송이 모두 위험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핵심 해상 통로로,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곳이다. 실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줄지 않더라도 선박 운항이 지연되거나 우회 항로가 확대되고, 전쟁보험료와 운임이 오르면 원유 도입 비용은 상승한다. 시장이 단순한 ‘전쟁 뉴스’가 아니라 해협 통항의 지속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관측도 유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사석에서 이란전이 대통령 임기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간선거 직후 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장담한 것과는 상반되는 메시지다.
시장에서는 전쟁의 종결 시점에 대한 정치권의 낙관론보다 군사 충돌의 실제 강도, 산유·정유시설 피해, 호르무즈 해협 및 주변 항로의 통항 여건을 더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유조선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산유국의 생산·정제 인프라가 추가로 타격을 받을 경우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고유가는 글로벌 중앙은행에도 악재다. 유가 상승은 휘발유·경유·항공유 가격을 직접 끌어올릴 뿐 아니라 운송비, 전력·가스비, 제조업 원가, 식료품 가격으로 전이된다.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을 근거로 통화완화 전환을 기대했던 금융시장에는 다시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에너지 가격발 물가상승 위험을 이유로 예금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로 목표치인 2%를 6개월째 웃도는 상황에서 물가 상방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 급등이 유럽의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 셈이다.

한국 경제가 받는 압박은 더욱 직접적이다.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가 100달러 안팎에서 오래 머물수록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 원화 기준 에너지 수입액은 더 빠르게 불어난다.
가계와 기업이 이미 높은 금리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렸고, 국내 주택담보대출 연체채권도 올해 6월 말 2조2000억원으로 2022년 말보다 120% 늘었다. 고유가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면 금리 인하 기대는 뒤로 밀리고, 이자 부담과 생활비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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