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360만싱가포르달러…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7배 많아
“민간 인재 정치권 유치·부패 억제”…국민 불만 속 고액보수 유지
“민간 인재 정치권 유치·부패 억제”…국민 불만 속 고액보수 유지
이미지 확대보기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정부 수반인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의 연간 보수가 약 38억원으로 크게 오른다.
싱가포르 정부는 민간 부문의 우수 인재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이고 부패를 억제하려면 높은 보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의 고액 보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에도 2012년 대폭 삭감한 뒤 장기간 사실상 동결해온 보수체계를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웡 총리가 정무직 공직자의 보수 인상에 관한 독립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장관들의 보수를 인상하기로 했다며 8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일부 고위 장관의 보수는 최대 9% 오른다.
FT에 따르면 초임 장관의 연간 보수는 110만싱가포르달러(약 11억7000만원)에서 120만싱가포르달러(약 12억7000만원)로 올라간다. 새 보수체계는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웡 총리의 연간 보수도 현재 220만싱가포르달러(약 23억4000만원)에서 360만싱가포르달러(약 38억2000만원)로 늘어난다. 여기에는 급여와 성과급 등이 포함됐다.
웡 총리는 자신이 계속 재임한다는 전제 아래 향후 5년간 이번 인상으로 늘어나는 보수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인의 보수 인상은 국민적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지만 그렇다고 논의를 피할 수는 없다며 결국 싱가포르가 앞으로도 국가를 이끌고 국민에게 봉사할 우수한 정치 지도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보다 7배 이상…홍콩 행정장관도 크게 웃돌아
FT에 따르면 웡 총리의 보수는 주요국 정상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달러(약 5억4000만원) 수준이다. 웡 총리의 보수는 미 달러 기준으로 약 280만달러(약 37억6000만원)로 트럼프 대통령보다 7배가량 많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최근 공개된 회계연도 기준 23만7000달러(약 3억2000만원)를 받았다.
웡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보수를 받는 정부 수반은 존 리 홍콩 행정장관으로 연간 71만9000달러(약 9억7000만원)를 받는다고 FT는 전했다.
웡 총리 보수는 이와 비교해도 약 4배에 달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민간 기업과 우수 인재를 놓고 경쟁하기 위해 정치인에 대한 높은 보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고액 보수가 정치인의 부패를 억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는 시각이다.
청렴한 정부라는 평판을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싱가포르는 61년 전 독립한 이후 웡 총리가 속한 인민행동당(PAP)이 계속 집권하고 있다.
◇2012년엔 국민 반발에 36% 삭감…14년 만에 대폭 조정
싱가포르가 장관에 대한 보수를 마지막으로 크게 변경한 것은 2012년이었다.
당시에는 정치인들의 높은 급여에 대한 국민 불만을 달래기 위해 오히려 보수를 36% 삭감했다.
2017년에도 보수체계를 다시 검토했지만 금액은 변경하지 않았다.
이번 인상은 그 이후 민간과 공공 부문의 급여가 크게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웡 총리는 정치인의 처우가 현실과 갈수록 동떨어지도록 방치해서는 정치 시스템의 효율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는 새로운 정치 인재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 보수 산정 방식도 독특하다.
싱가포르는 국내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1000명의 보수를 기준으로 삼아 정치인이 받을 급여 수준을 결정한다.
민간에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인재가 정치에 입문하더라도 지나치게 큰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고액 보수에도 부패사건…청렴 시스템 시험대
싱가포르는 이 같은 고액 보수 제도가 우수한 인재 확보와 부패 억제에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정치권에서 잇따라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제도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S. 이스와란 전 교통부 장관은 공직자로 재직하면서 30만달러(약 4억원)가 넘는 선물을 받고 사법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2024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가 받은 선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와 포뮬러원(F1) 경주, 뮤지컬 공연 입장권 등이 포함됐다. 도하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는 비즈니스석 항공권도 있었다.
이 사건에 연루된 부동산 재벌 옹벵셍도 지난해 유죄를 인정해 2만3700달러(약 32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다만 실형은 면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런 사건에도 정치인 보수를 민간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
웡 총리는 단순한 보수 문제가 아니라 싱가포르가 앞으로 필요한 수준의 정치 지도자를 계속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치인 보수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인재 확보·부패 억제를 위해 높은 급여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논리가 다시 맞서는 가운데 싱가포르의 독특한 정치인 보수제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