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이후 세계 채권 매도세 속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급등
엔화 차입 비용 상승에 수출주 하락 압력 커지는 반면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는 실적 개선
엔 캐리 자금 회수 본격화 속 원·엔 환율 안정으로 한국 완성차-전기전자 수출 채산성 방어
엔화 차입 비용 상승에 수출주 하락 압력 커지는 반면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는 실적 개선
엔 캐리 자금 회수 본격화 속 원·엔 환율 안정으로 한국 완성차-전기전자 수출 채산성 방어
이미지 확대보기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과 엔화 강세가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자금줄이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포브스재팬은 8일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자 투자자들의 차입 자산 매각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막을 내린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 채권 매도 한파가 들이닥치는 모양새다.
채권 매도세와 국채 금리 급등
보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잔존 압력과 각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 지정학 리스크가 겹치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일제히 솟구쳤다. 특히 일본 채권시장에서는 장기 지표물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9% 선까지 치솟으며 1996년 이후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시기 미국 국채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극대화됐다.
수십 년 동안 사실상 제로 수준에 머물렀던 일본의 채권 금리가 급변하면서 글로벌 자본의 이동 경로도 근본 변화를 맞이했다.
일본 내부의 국채 수익률이 크게 개선되자 해외 고수익 자산으로 향하던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대외 자금 유출 동기가 약해졌다. 저금리 엔화를 조달해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 비용이 수직 상승하면서 포지션 청산 압력이 본격화됐다.
엔 캐리 청산과 수출주 하락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주식이나 신흥국 고금리 채권에 분산 투자하던 세계 거대 규모의 레버리지 거래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오르고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채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막기 위해 기존 투자 자산을 서둘러 처분하고 엔화를 사들여 부채를 갚는 악순환에 빠진다. 실제로 과거 2024년 8월 일본은행의 전격 금리 인상 당시에도 대규모 캐리 청산이 촉발되며 닛케이지수가 12% 급락하고 미국 S&P500 지수가 3% 밀리는 충격을 겪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급격한 전면 청산보다는 단계별 자금 회수가 진행되는 초기 국면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엔고 충격은 일본의 대표 수출 기업들에 우선 부담으로 작용한다. 도요타와 같은 자동차와 정밀기계, 첨단기술 업종은 해외 매출의 엔화 환산 이익이 줄어들며 주가에 하방 압력을 받는다. 다만 수출 기업들의 환 헤지 비중과 현지화 판매 가격 전략에 따라 실질 수익 타격은 차별화될 수 있다.
반면 수십 년간 초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짓눌렸던 일본 시중은행과 운용 수익 부진에 시달리던 보험사들은 금리 인상의 직접 수혜를 입는다. 아울러 엔화 가치가 회복되면 에너지와 식료품 등 원자재 수입 단가가 낮아져 일본 내수 소비 기업들의 채산성이 개선된다.
엔고 반전과 한국 수출 전선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자금 회수와 엔화 가치 반등은 글로벌 무역 무대에서 일본 기업들과 정면 대결을 펼치는 한국 산업계에도 직접 파급 효과를 미친다.
원·엔 재정환율이 바닥을 지나 100엔당 900원대 중반으로 안착하면 북미 시장에서 일본 차와 맞붙는 현대차와 기아의 가격 경쟁력이 눈에 띄게 살아난다. 조선과 철강, 일반기계 등 일본 제품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 주력 제조업도 엔저 프리미엄 소멸에 힘입어 해외 수주 마진을 방어할 수 있는 활로를 열었다.
올가을 들어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와 미국 연준의 정책 경로에 맞춰 엔 캐리 자금의 재배치 향방이 가려질 전망이다.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통화 헤지가 없는 일본 상장지수펀드(EWJ)나 엔화 환율 연동 상품(FXY)으로의 자금 이동이 부각될 수 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이 재발해 고금리가 장기화하거나 신흥국 부채 위기가 번지면 이 단계별 정상화 시나리오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금리 상승과 엔화 반등은 수십 년간 지속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구조 전환 신호"라며 "단기 관점에서는 글로벌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피하기 어렵겠으나 중기 시계에서는 일본 금융주와 한국 수출 제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일 양국의 정책 공조 속도가 시장 안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