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앤스로픽 쇼크'에 흔들리는 AI 질서… 삼성·SK하이닉스, 메모리 협상력 키운다

앤스로픽 1442조원 몸값 '오픈AI 추월'… B2B 실적이 가른 권력 이동
기존 정책 한계 인정한 EU는 208조원 '반도체법 2.0' 시동… 수요 견인형 거점 구축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협상력 개선 기대… 기술 주권 확보는 과제
미국 인공지능(AI) 거대기술기업(빅테크) 시장의 주도권 교체와 이에 대응하는 유럽연합(EU)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이 발표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인공지능(AI) 거대기술기업(빅테크) 시장의 주도권 교체와 이에 대응하는 유럽연합(EU)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이 발표된다. 이미지=제미나이3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8(현지시각) 미국 인공지능(AI) 거대기술기업(빅테크) 시장의 주도권 교체와 이에 대응하는 유럽연합(EU)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을 일제히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변화를 두고 글로벌 AI 생태계가 기존 챗GPT 중심의 소비자용 플랫폼에서 기업용 AI와 맞춤형 칩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B2B로 오픈AI를 추월한 앤스로픽


미국 AI 개발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기업가치 평가액 9650억 달러(1442조 원)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미국 투자회사 등으로부터 650억 달러(97조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지난 2월 대비 약 2.5배 상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생성형 AI 붐을 주도해온 오픈AI의 가치인 8520억 달러(1273조 원)를 넘어선 수치다.
앤스로픽의 최근 1달 매출을 바탕으로 산정한 연 환산 매출은 470억 달러(7026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2025년 말 실적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증한 규모다.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2021년 창업한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인 앤스로픽이 거대언어모델(LLM) 고도화에만 매달리지 않고, 철저히 기업향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한 점이 적중했다고 평가한다. 앤스로픽은 프로그래밍 도구인 '클로드 코드'와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 '코워크'를 잇달아 출시하며 실질적인 기업 수요를 확보했다. 고비용 인프라 투자에 비해 수익 모델이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오픈AI와 달리, 앤스로픽은 기업용 구독과 맞춤 솔루션을 앞세워 보다 뚜렷한 수익 모델을 입증한 셈이다.

'수요 끌어오기'로 방향 튼 EU


미국 AI 진영의 독주와 아시아의 반도체 제조 패권에 밀린 EU는 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2035년까지 공공과 민간 자본을 합쳐 총 1200억 유로(2089600억 원)를 투입하는 '반도체법(Chips Act) 2.0'을 내주 중 발표한다. 지난 2023년 발효한 기존 법안이 기대만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끌지 못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결과다.

과거 법안이 단순히 유럽 내 생산 공장을 유치하는 '공급 주도형'이었다면, 이번 2.0 법안은 유럽 내 수요를 먼저 창출하는 '수요 견인형' 구조다. 핵심은 300억 유로(522400억 원)를 투자해 AI 반도체와 최첨단 3나노미터(nm) 공정을 아우르는 전용 파운드리 거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EU 집행위는 통신, 방산, 자동차 등 유럽 강점 산업군과 반도체 제조사를 직접 매칭해 맞춤형 칩을 개발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여러 회원국이 걸친 핵심 사업은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해 역외 기업의 참여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장치도 명시했다. 오는 2026년 현재 국내 반도체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 제조 자립을 선언했으나 생태계 구축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국내 기업에는 유럽 설계 하우스와의 협력 기회가 먼저 열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강점 살릴 한국 반도체의 기회


국내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는 미국 AI 시장의 주도권 변화와 EU의 인프라 투자 움직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단기적으로 앤스로픽의 급성장과 고성능 B2B AI 모델 확산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서버용 D램 수요를 추가로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오픈AI의 단일 독주보다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메모리 공급 계약에서 한국 기업의 협상력은 한층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EU가 첨단 공정 파운드리를 자체 구축하겠다고 나선 점은 장기적으로 국내 파운드리 업계에 잠재적 경쟁 압박이 될 수 있다. 다만 가동 시점까지 막대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유럽 완성차·방산 기업을 겨냥한 차량용 반도체나 고성능 메모리 시장을 먼저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를 위한 핵심 체크포인트


첫째, 앤스로픽의 상장 전후 실적의 지속 가능성이다. 상장 전후로 B2B 매출 성장이 둔화하면 AI 밸류에이션 전반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분기별 클로드 코드 채택률과 B2B 매출 성장률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 빅테크 기업들의 맞춤형 자체 AI (ASIC) 수주 실적이다. 엔비디아 독점 체제 완화 기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SK하이닉스 커스텀 HBM 사업부의 신규 대형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내주 공개될 EU 반도체법 2.0의 보조금 지급 세부 조항이다. 안보 파트너를 중심으로 한 예외 인정 범위에 따라 한국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의 유럽 내 투자·수주 기회의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서방 진영의 AI 수요 중심 공급망 재편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단순한 제조 기지를 넘어 고부가가치 설계·제조·패키징을 아우르는 핵심 파트너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