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금·지정학 불안에 ‘자산 분산’ 가속…“홍콩·싱가포르 축 더 커질 것”
이미지 확대보기홍콩이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역외 자산관리 중심지로 올라섰다.
중국 본토 부유층의 자금 유입과 지정학 리스크 확대 속 자산 분산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홍콩에서 관리된 국제 자산 규모가 2조9000억달러(약 4176조원)를 기록하며 스위스를 추월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BCG에 따르면 홍콩 역외 자산의 약 60%는 중국 본토 자금으로 집계됐다. BCG는 아시아 부유층 자산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번 10년 말에는 홍콩과 스위스의 격차가 약 6000억달러(약 864조원)까지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세금보다 지정학”… 자산 분산 방식 달라졌다
FT는 최근 부유층의 자산 이동 흐름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전에는 절세나 기업 구조 재편 목적의 역외 자산 이동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지정학 갈등과 제재 위험, 정치 불안 등에 대비해 여러 국가로 자산을 분산하는 이른바 ‘관할권 분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위스 기반 자산관리업체 베이스라인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펠먼 로랜드 대표는 “이런 현상은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객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여러 국가에 자산을 나눠 보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BCG의 미하엘 칼리히 파트너는 세계 자산관리 시장이 사실상 두 개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싱가포르가 아시아 자산 허브 축을 형성하는 반면 스위스·아랍에미리트(UAE)와 미국은 서방권 자산 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두바이·싱가포르도 급부상… 스위스 경쟁력 흔들
팬데믹 이후 두바이 역시 급성장 중인 자산관리 허브로 부상했다.
UBS와 JP모건,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두바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소득세가 없고 정치적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러시아·인도·중국·유럽·중동 부유층 자금이 동시에 몰린 점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UAE 역외 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7210억달러(약 1038조원) 수준으로 홍콩·스위스보다는 아직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 역시 글로벌 자산 이동의 주요 수혜 지역으로 꼽히지만 최근 대규모 자금세탁 사건 이후 규제가 강화되면서 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스위스 금융권 내부에서는 경쟁력 약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FT는 UBS가 최근 강화된 자본규제 문제로 스위스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일부 금융권에서는 “스위스가 안정성만 믿고 적극적 경쟁력 방어에 실패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