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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회의론 현실화하나...오라클 미시간 데이터센터 투자 결렬에 AI 관련주 '된서리'

오라클이 17일(현지시각) 다시 뉴욕 주식 시장의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오라클이 17일(현지시각) 다시 뉴욕 주식 시장의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사진=AP/뉴시스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17일(현지시각) 된서리를 맞았다.

1주일 전 기대 이하의 분기 실적으로 주식 시장과 AI 관련주에 충격을 줬던 오라클이 또 한번 시장을 흔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오라클의 미국 미시간주 샐린타운십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무산 위기에 몰렸다고 보도했다.

당초 돈을 대기로 했던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이 오라클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발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AI 투자가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하면서 불거지고 있는 AI 거품론, AI 회의론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 AI 관련주들이 하락했다.

“1조 달러의 도박”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진단 속에 AI 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강화되고 있다.

한편 구글 모기업 알파벳 주가도 덩달아 하락했지만 구글의 대응 방식은 오라클과 다르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라클은 5.40% 급락한 178.46달러로 마감했다.

100억 달러 데이터센터 협력 결렬


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오라클의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 최대 돈줄이었던 ‘블루아울 캐피털’이 미시간주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100억 달러를 들여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컴퓨팅 용량을 오픈AI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였다.

블루아울은 그러나 오라클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 속에 발을 뺐다.
오라클 순부채는 최근 1년 사이 약 780억 달러에서 1050억 달러로 급증했고, 지금같은 투자 속도가 지속되면 2028년에는 2900억 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런 우려 속에 실적 발표 이튿날인 지난 11일에는 오라클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왑(CDS) 비용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도 위험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오라클 관련 사업 대출의 금리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블루아울은 달라진 시장 분위기로 인해 대출 기관들이 더 엄격한 임대, 부채 조건을 요구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지자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오라클은 블루아울 대신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블랙스톤을 비롯해 다른 투자자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으나 확정된 계획은 없다.

지난 9월 고점을 찍고 40% 넘게 폭락한 오라클 주가는 이날 추가 하강 압박을 받았다.

악순환 속 AI 회의론 실체화 들어섰나


오라클의 분기실적 발표로 촉발된 “막대한 AI 투자가 과연 눈에 보이는 실적을 안겨줄 수 있겠느냐”는 AI 회의론이 이번 투자 결렬로 실체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는 무조건 된다”는 믿음 속에 시장은 과거에는 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를 환영했지만 최근에는 투자 수익성(ROI)을 따지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우선 은행 등 대출기관들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이제 ‘안전 자산’이 아닌 ‘고위험 프로젝트’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대출 리스크 프리미엄이 오르면서 금융권에서는 오라클 같은 기업에 더 높은 이자나 더 빠른 부채 상환, 또는 더 많은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AI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는 기업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뜻이다.

까다로운 금융 조건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증가한다. AI 서비스의 손익분기점(BEP)이 더 높아진다는 의미다.

블루아울 같은 거대 자본의 이탈도 부른다. 예전만큼 돈이 안 되는 시장에 남아있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식시장에 “전문 투자자들도 AI의 미래 수익성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부정적 신호로 작용한다.

특히 오라클처럼 빚을 내서 AI에 올인하는 기업의 재무 상태가 위태롭게 보이기 시작하고, 이는 주가 하락과 신용등급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AI 인프라 투자에 대해 시장이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대감만 높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수익성, 재무 건전성에 대한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미는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AI 인프라에 1조 달러가 투입되겠지만 매출이 투자 규모만큼이나 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대한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이 투자는 대규모 상각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골드만은 지금의 AI 인프라 투자를 “1조 달러의 도박”이라고 부른다.

모건스탠리는 오라클처럼 현금이 부족해 빚을 내 투자하는 기업은 까다로운 대출 조건 등으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AI 관련주 사이에 차별화가 진행되고, 투자자들은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구글의 차별화


구글 주가는 오라클 충격에 이날 동반 하락했지만 펀더멘털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역시 AI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고, 앞으로도 매년 750억~900억 달러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지만 오라클을 비롯한 다른 AI 빅테크들과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고가의 엔비디아 AI 반도체를 사야 하는 다른 빅테크들과 달리 구글은 자체 개발해 값이 상대적으로 싼 TPU(텐서 처리장치)가 있다는 점이다. 구글은 TPU 덕에 하드웨어 구입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여 수익성 악화에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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