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 수출 90% 담당 하르그 섬 터미널 인근 폭발… 세계 에너지 공급망 붕괴 경고
코스피 '육천피' 지킬 수 있나… 한국, 중동 원유 의존도 70% 육박 '직격탄' 우려
코스피 '육천피' 지킬 수 있나… 한국, 중동 원유 의존도 70% 육박 '직격탄'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이란발 지정학 위기의 세계 경제 파급력을 집중 해부했다. 핵심 에너지 기반 시설 파괴와 해상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동시에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이란이 세계 석유 공급량의 3%를 차지한다는 단순한 수치를 훨씬 넘어선 위기라는 분석이다.
'석유 동맥' 호르무즈 봉쇄 선언…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하나
이란 당국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선박 통행 전면 차단을 공식 선언하면서 에너지 시장에 경보등이 켜졌다. 다우존스 계열 에너지 정보기관 OPIS(Oil Price Information Service) 자료를 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6%, 액화천연가스(LNG)의 23%가 통과하는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 수송 요충지다. 카타르에서 출항하는 LNG 물량 전량(세계 수송량의 20%)이 이 해협을 경유하는 탓에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럽과 아시아 가스 시장은 즉각적인 공급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바클레이즈는 보고서를 통해 중동 안보 상황 악화와 공급 차질 위협이 가시화됨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약 14만 47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OPIS는 해상 운송이 단 하루 막힐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원유 2000만 배럴과 LNG 8500만 톤의 공급이 끊길 것으로 추산했다.
에너지 기반 시설 광범위하게 타격… "생산 능력 자체가 무너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 중동 분쟁과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임을 주목한다. 하이메 브리토 OPIS 정제·석유 제품 담당 이사는 "2025년 '12일 전쟁' 당시에는 핵시설 등 특정 목표물만 겨냥했지만, 이번 공격은 범위가 극히 광범위해 에너지 기반 시설에 실질적인 기능 마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처리하는 하르그 섬 터미널 인근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현지 보고는 시장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란 남서부 후제스탄 주 아흐바즈 유전 등 핵심 생산지가 직접 타격을 받으면 생산 능력 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경고도 잇따른다. 골드만삭스는 이란의 수출이 하루 100만 배럴씩 1년간 중단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8달러(약 1만 1500원)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에너지 컨설팅사 리스타드 에너지는 분쟁이 확산할 경우 유가가 10~15달러(약 1만 4400~2만 1700원) 추가 상승할 것으로 봤으며, 토터스 캐피털 애널리스트들은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가가 100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 불가피…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며 관망해야"
금융 시장은 일요일 저녁 아시아 시장 개장과 미국 주식 선물 거래 재개를 숨죽이며 주시하고 있다. 맷 거트켄 BCA 리서치 수석 지정학 전략가는 "에너지 기반 시설이 공격받을수록 확전 위험이 커지고, 이는 주식시장의 급격한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석유 공급 충격의 규모가 명확해질 때까지 미국 국채를 비롯한 안전자산에 포지션을 집중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븐 마이로우 비콘 정책 자문 매니징 파트너는 "이번 공격은 제한적 타격이 아니라 급소를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훨씬 큰 심리적 충격을 준다"며 "하메네이 사망 이후 권력 이양 과정에서 혁명수비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층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에너지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단기 급락 이후 저점 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메네이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며 "역사상 가장 사악한 인물 중 하나가 제거됐으며, 이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의 핵심 에너지 공급처인 이란과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것은 미국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8개 회원국이 대규모 공급 차질을 방어하기 위한 원유 증산을 검토 중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비 생산능력이 하루 200만~300만 배럴 수준에 그치는 만큼 이란발 공백을 온전히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도 직격탄… 코스피·수출·에너지 트리플 압박
이번 사태는 한국 경제에도 복합적인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3월 1일 발표한 긴급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한국 수출액은 0.39% 감소하고, 기업 원가는 평균 0.38% 상승한다. 특히 제조업 원가 상승률은 0.68%로 서비스업의 두 배에 달해 산업 현장의 부담이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69.1%를 중동에 의존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해협이 실제로 막히면 에너지 수급 차질은 피하기 어렵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7일 6,244선에서 장을 마감했으나, 이번 주 개장 직후 외국인 자금 이탈과 위험 회피 심리 확산으로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1일 비상 상황점검 회의를 소집해 "현재까지 석유·가스 수급에 차질은 없다"고 밝혔으나, 분쟁 장기화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은도 24시간 시장 모니터링 체제와 중동 사태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즉각 가동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