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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우크라 평화론’에 글로벌 방산주 휘청… 라인메탈 5% 급락

유럽 주요 방산 기업 주가 큰 폭 하락… 미국 업체는 약보합세
평화협상 진전 소식에도 월가는 “성사 가능성 낮아” 신중론
나토 군비 증강 기조 여전… 한국 방산, 구조적 성장세 지속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에 “큰 진전(big progress)”이 있었다고 언급하자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주가 일제히 하락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종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서방의 군비 증강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에 “큰 진전(big progress)”이 있었다고 언급하자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주가 일제히 하락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종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서방의 군비 증강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지=GPT4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에 큰 진전(big progress)”이 있었다고 언급하자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방산주가 일제히 하락했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종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서방의 군비 증강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배런스는 지난 24(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협상 관련 발언 직후 콧대 높던 방산주들이 조정을 받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차익 실현 매물일 뿐 장기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 추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 한마디에 유럽 방산주 직격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에서 큰 진전이 있었을까?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믿지 말라. 하지만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발언은 즉각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유럽 방산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대표 전차 생산기업 라인메탈(Rheinmetall)은 이날 주가가 5%나 급락했다. 영국의 BAE시스템스(BAE Systems)와 프랑스 탈레스(Thales) 역시 각각 3.6%, 1.5% 떨어졌다. 이들 기업은 유럽 각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연초 대비 평균 87%나 폭등한 상태였다.

미국 방산주도 영향을 받았다. 알티엑스(RTX),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노스롭그루먼(Northrop Grumman), 제너럴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 등 주요 4대 방산 기업은 소폭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스위치블레이드자폭 드론을 공급하는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는 오히려 1.6% 상승하며 평화 협상 소식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월가 종전 합의 쉽지 않아… 신중론 우세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수감사절 이전까지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타결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Vertical Research Partners)의 롭 스탤러드(Rob Stallard) 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수감사절까지 합의를 원하고 있지만, 날짜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내 반발도 거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스웨덴 의회 화상 연설에서 푸틴은 훔친 땅에 대한 법적 인정을 원한다며 영토 보전 원칙을 훼손하는 어떠한 합의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치 매코널 미 상원 원내대표 역시 지난 21일 트위터(X)를 통해 러시아의 학살을 보상하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유가 흐름도 평화협상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방증한다. 통상 전쟁 종식 가능성이 커지면 러시아산 원유 공급 확대로 유가가 하락해야 하지만,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62.12달러로 1.2%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1.5% 오른 58.93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즉각적인 평화 협정 체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캐피털 알파 파트너스(Capital Alpha Partners)의 바이런 캘런(Byron Callan) 연구원은 지난 23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며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평화 협정 타결을 가능성 희박한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나토의 불신과 한국 방산의 기회


이번 주가 조정은 한국 방산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심리 위축은 있을 수 있으나, 지정학적 안보 불안이라는 근본적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야욕을 확인했고 이는 일시적인 휴전으로 해소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 각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국방비 지출을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으로 인식하고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국 방산 기업들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과 대규모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국가는 휴전 여부와 관계없이 자체 방어력을 갖추기 위해 무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방산 수출이 구조적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될수록 유럽 국가들의 독자적인 방위력 강화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 능력을 갖춘 한국 방산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휴전 논의가 구체화하더라도 냉전 이후 무너진 글로벌 안보 지형이 복원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노후화된 무기 체계를 교체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주가 하락은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방산주에 대한 차익실현 성격이 짙으며, 글로벌 안보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방산 산업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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