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삼성, 캐나다 전력망 뚫었다…200MW ESS '무인 기지' 건설

현지 언론 "한국 증시 절반 쥔 '재벌(Chaebol)' 상륙" 이례적 주목
화재 없는 LFP 배터리·24시간 원격 관제…운영 인력은 '최소화'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 시 그레이트 노던 로드와 서드라인 이스트 북쪽에 위치한 에너지 프로젝트 예정 부지. 부지 바로 옆에는 230킬로볼트 송전선로가 지나가며, 약 1km 서쪽에는 변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수세인트마리 시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 시 그레이트 노던 로드와 서드라인 이스트 북쪽에 위치한 에너지 프로젝트 예정 부지. 부지 바로 옆에는 230킬로볼트 송전선로가 지나가며, 약 1km 서쪽에는 변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수세인트마리 시
삼성 리뉴어블 에너지(Samsung Renewable Energy)가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기업 EDP 리뉴어블과 손잡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력망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교두보를 마련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수세인트마리(Sault Ste. Marie) 시의회가 삼성 주도의 200메가와트(MW)급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BESS) 프로젝트를 원칙적으로 승인하면서다. 이번 사업은 삼성의 북미 에너지 인프라 시장 지배력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고용 없는 '기술 집약적' 인프라 투자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5일(현지 시각) 수투데이(Soo Today)에 따르면 수세인트마리 시의회는 그레이트 노던 로드 일대 12에이커(약 4만8500㎡) 부지에 들어설 '게이트웨이(Gateway) BESS'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해당 부지는 230킬로볼트(kV) 송전선로와 인접해 있고 서쪽 1km 지점에 변전소가 위치해 전력 계통 연계의 최적지로 꼽힌다. 최종 인허가가 완료되면 2028년 착공해 2030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주목할 점은 현지 언론과 지역 사회가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현지 매체 수투데이는 이번 프로젝트를 보도하며 삼성 그룹을 '한국 경제와 문화,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가족 경영 기업인 재벌(Chaebol)'이라고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한국 5대 재벌이 한국 주식 시장 가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삼성의 자본력과 사업 이행 능력에 높은 신뢰를 보였다. 이는 삼성이 단순한 시공사가 아닌, 프로젝트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보증수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 필요 없는 '기술의 역설'


이번 프로젝트는 최첨단 에너지 설비의 특징인 '고용의 역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성과 EDP 측은 건설 기간에는 약 100명의 인력이 투입되지만, 완공 후 운영 단계에서는 상주 인력이 1~2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천억 원 규모의 인프라가 구축되지만, 운영은 철저히 자동화 시스템과 원격 관제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외신은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수백 개의 지역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 기대했다면 다시 생각하라"고 지적했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삼성의 BESS 운영 기술이 인력 개입을 최소화할 만큼 고도화됐음을 방증한다. 현장에는 24시간 원격 운영 센터(Remote Operations Center)와 연동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적용돼, 사람 없는 '유령 발전소'가 전력망을 지탱하게 된다.

'열폭주' 원천 차단…안전이 최우선


안전성 이슈는 이번 승인의 최대 관건이었다. 최근 전기차 및 ESS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삼성은 '안전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의회를 설득했다. 삼성 측은 화재 위험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북미 최고 수준의 화재 안전 기준인 'NFPA 855'와 'UL 9540A' 화재 테스트를 통과한 설비만을 사용하겠다고 확약했다. 또한 각 컨테이너에 열 관리 시스템을 탑재해 열폭주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수용성 확보를 위한 '당근책'도 제시됐다. 삼성은 상업 운전 기간인 20년 동안 매년 60만 달러(약 8억7000만 원)의 경제적 이익을 시에 제공하고, 별도의 지역 사회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특히 캐나다 공공 사업 수주의 핵심 열쇠인 '원주민(First Nation) 파트너십'을 위해 현지 부족과 공동 입찰 참여를 논의 중이다. 이는 단순한 사회 공헌을 넘어, 까다로운 북미 전력 시장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 리뉴어블 에너지는 이미 온타리오주에 60억 달러(약 8조7000억 원)를 투자해 1.3기가와트(GW)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바 있다. 이번 게이트웨이 프로젝트는 삼성이 북미 전력망의 안정화 사업(Grid Reliability)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