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에너지에 5억 달러 투자…차세대 원전 'Xe-100' 최대 12기 배치 韓 원전 기술력 입증
지난 8월 핵심 기자재 공급 등 전략적 협약 2030년대 중반 가동 목표… 빅테크 기업의 '원전 러시' 가속화
지난 8월 핵심 기자재 공급 등 전략적 협약 2030년대 중반 가동 목표… 빅테크 기업의 '원전 러시' 가속화
이미지 확대보기에너지 전문 매체 에너지스미디어(Energies Media)는 지난 23일(현지시각) 아마존이 미국 워싱턴주 리치랜드 인근에 총 960메가와트(MW) 규모의 SMR 시설을 건설하는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X-에너지에 5억 달러 투입… 'Xe-100' 12기 띄운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미국 SMR 선도 기업인 X-에너지(X-energy)에 5억 달러(약 7360억 원)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직접적인 전력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워싱턴주 공공 전력 공급사인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와 손잡고 '캐스케이드 청정에너지 단지'를 조성한다. 이곳에는 X-에너지가 독자 개발한 4세대 고온가스로(HTGR) 기반의 SMR 'Xe-100'이 들어선다.
계획은 구체적이다. 1단계로 320MW 규모(80MW급 모듈 4기)를 먼저 짓고, 이후 전력 수요 증가에 맞춰 최대 12기, 총 960MW까지 설비 용량을 늘린다. 이는 100만 가구 이상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사실상 대형 원전 1기를 짓는 효과와 맞먹는다.
카라 허스트 아마존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를 지탱할 신뢰성 높은 무탄소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SMR이 환경과 지역사회에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팀 코리아', 설계부터 제작·운영까지… 美 시장 선점 청신호
이번 프로젝트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한국 기업들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X-에너지는 아마존, 에너지 노스웨스트와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와 지난 8월 전략적 협력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 협약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Xe-100의 설계 최적화와 주요 기자재 제작을 맡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운영·보수(O&M) 분야 기술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미 X-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해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차세대 원전시장에 한국 기업이 설계부터 제작, 운영까지 전 주기에 걸쳐 참여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아마존의 투자가 한국 원전 기업들이 미국 SMR 시장에 안착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앞서 "SMR 파운드리(제작 전담)로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밝혔었다.
2030년 'AI 전력 전쟁'… 구글·MS 이어 아마존도 참전
아마존은 이르면 2020년대 말 공사를 시작해 2030년대 중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노스웨스트 측은 건설 기간 1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고, 가동 후에는 100여 명의 상시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투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에너지 안보'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쓰리마일섬 원전 재가동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고, 구글도 카이로스파워와 SMR 전력 구매 계약을 맺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공급하는 원자력이 AI 시대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클레이 셀 X-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아마존의 투자는 SMR이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폭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충족할 현실적인 해법은 원자력뿐"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마존이 단순 전력 구매(PPA)를 넘어 개발사에 직접 지분을 투자한 것은 에너지 공급망을 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미국 정부의 원전 규제 완화 기조와 맞물려 SMR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 SMR 수주 낭보 이어지나
아마존발 훈풍 외에도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SMR 행보는 거침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Holtec International)과 협력하여 영국 원자력청이 주관하는 SMR 기술 설계 공모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대건설은 홀텍의 SMR-300 모델 시공을 전담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한, 삼성물산은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협력을 강화하며 동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원전 강국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SMR 설계, 제작, 시공, 운영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공급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