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만 명 엔비디아, 인력 밀도 최적화로 효용 극대화
"AGI는 진화의 점근점…양극화 경제 스마일 커브 심화"
"AGI는 진화의 점근점…양극화 경제 스마일 커브 심화"
이미지 확대보기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2024년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 달성 시점의 직원 수가 3만 명에 불과했으며, 다음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 증가는 단 6000~8000명의 인력 증원만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은 인력 밀도 대비 자본 효율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AI 반도체 산업의 구조가 소수의 고기술 인력과 고부가 메모리(HBM), 최첨단 파운드리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과거의 IT 공룡들과 현재의 '만억 달러 클럽' 기업들을 비교하면, 성장이 직원 수 증가와 완전히 분리되는 이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2007년 매출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돌파한 휴렛팩커드(HP)는 17만 2000명의 직원을, 이듬해 IBM은 40만 명에 육박하는 인력을 보유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만억 달러 클럽 기업들은 이와 정반대의 '인력 효율 최적화'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현상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프란시스코 마로킨 대학교의 경제학 교수 다니엘 페르난데스는 2021년 연구에서 이미 노동과 자본의 분리 현상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2018년 미국의 순생산성(Net Productivity)이 252.9%로 급증하는 동안, 시간당 임금(Hourly Compensation) 성장은 115.6%에 머물렀음을 지적했다. 이는 노동자의 가치가 생산성 향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단층을 보여준다. 경제학자 에릭 브린욜프슨 역시 10년 전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도 고용 증가는 보장하지 않는 '생산성 역설'을 경고한 바 있다.
빅테크의 인력 밀도 최적화 속내
주요 빅 테크 기업들의 상세 데이터는 자본 효용과 인력 밀도 간의 분열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익명의 주식 분석가 'MBI 딥 다이브스(MBI Deep DIVES)'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신규 매출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추가할 때마다 필요한 신규 직원 수가 단절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애플은 2011년 6만 명의 직원으로 첫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다음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추가하는 데 필요한 신규 직원은 초기 인력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가장 최근의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 증가는 단 1만 7000명의 추가 인력만으로 달성되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을 조정한 가치까지 고려하더라도, 기업 성장에 요구되는 인력의 '밀도'가 극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알파벳은 첫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에 7만 6000명의 직원이 필요했지만, 가장 최근의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 증가는 단 1만 1000명의 추가 인력(2025년 4분기 3천 명 추가 고용 가정 시)만으로 가능했다. 이는 구글이 검색 광고, 클라우드 등 고마진의 디지털 서비스 구조를 완성함으로써, 매출 증대 시 인력 투입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인력 밀도 최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과거 인력 집약적 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첫 1000억 달러(약 146조 원)와 2000억 달러(약 293조 원) 매출 달성 시 각각 12만 4000명과 9만 7000명의 직원을 증원했다. 그러나 최근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 증가는 단 7000명의 추가 인력만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MS가 클라우드(애저)와 AI 기반 서비스 모델로 사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전환하여, 인력 의존도가 낮은 소프트웨어 솔루션 판매를 극대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가장 후발 주자인 메타는 첫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에 6만 300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으나, 최신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증가에는 초기 인력의 3분의 1 수준만이 필요했다. 이는 시장 개척이라는 '첫 번째 금맥' 발굴의 어려움을 넘어, 플랫폼의 규모가 극대화되면서 운영 효율이 폭발적으로 개선되는 첨단 IT 기업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존은 팬데믹 이후 과잉 고용의 진통을 겪었음에도, 최근 2000억 달러(약 293조 원) 매출 증분에 필요한 신규 직원은 3만 6000명에 불과했다. 특히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GenAI)와 AI 에이전트의 확산으로 기존 일부 직무의 인력 수요가 감소할 것이며, 향후 몇 년 내에 전체 직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분석가는 3~4년 내에 아마존이 단 10만~20만 명의 추가 고용만으로 1조 달러(약 1460조 원) 매출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기존 150만 명의 인력이 5000억 달러(약 734조 원) 매출을 창출한 것에 비해, 후반 5000억 달러(약 734조 원)는 10~15%의 인력 증원만으로 달성된다는 의미로, 노동의 역할이 매출 증대의 핵심 변수에서 분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GI, 순간 아닌 '진화의 점근점'
이러한 고용-매출의 위험한 분리 현상은 기술 기업 울타리를 넘어 유통 공룡 월마트에서도 관찰된다. 월마트는 지난 10년간 풀타임 직원 수를 유지하면서도 매출이 2000억 달러(약 293조 원) 늘었고, 향후 3년간도 직원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 밝혔다. 이는 2015년 이후 인력 증가 없이 3000억 달러(약 440조 원)의 매출 증대를 이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요 빅 테크 기업들의 최근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매출 증분과 아마존의 2000억 달러(약 293조 원), 월마트의 3000억 달러(약 440조 원)를 합치면 총 약 1조 달러(약 1460조 원)의 매출이 늘었는데, 이 과정에서 늘어난 전체 인력은 약 10만 명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것이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은, 다음 1조 달러(약 1460조 원) 증가는 훨씬 적은 인력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범용 인공지능(AGI)에 대한 논의는 재정립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AGI를 특정 순간에 도래하는 '돌발 혁명'으로 인식하지만, 분석가 '만사통'은 AGI가 우리가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비가역적 진화의 점근점(Asymptote)'과 같다고 본다. AI는 이 최종 단계로 향하는 과정을 가속화하는 도구일 뿐이며, 이론적으로 AGI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20~30년 후의 세상은 AGI의 '완성 여부'와 실질적인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이는 고용 구조뿐 아니라 사회, 정치, 철학적 영역에 깊은 파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분석가 '만사통'은 AGI 시대의 투자와 경제 지형이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선 재평가를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오픈AI가 2030년까지 2000억 달러(약 293조 원) 매출을 달성할 확률을 1~2%로 상향 조정하며 기존 기술 기업의 성장 곡선 재평가를 촉구했다. 분석가들이 흔히 구글 검색 광고 점유율이 아마존에 잠식되거나, 메타 사용자 시간이 틱톡에 뺏기는 등의 상대적 관점에 매몰되지만, 이는 신기술 동력이 전체 시장 총량을 확장하는 잠재력과 기술 기업들이 사용자에게 남겨둔 거대한 소비자 잉여 가치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간과하는 것이다. 이 소비자 잉여 가치는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 미래 경제 구도는 '스마일 커브 구조(Smile Curve Structure)'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한쪽 끝에는 대규모 인력 증원 없이도 경제를 지배하는 엔비디아와 같은 대형 기술 기업들이 자리 잡고, 다른 한쪽 끝에는 AI의 능력으로 무장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아마존의 제3자 판매자, 콘텐츠 창작자, 소규모 앱 개발자 등 '첨단 인텔리전스에 집중된 작은 개체'들이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극단 사이의 '중간 고리'에 속한 전통적인 관리직 및 중간 기술 집단은 지속적인 구조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노동과 자본의 효용이 분열되는 위험한 분리 현상은 이미 진행 중이며, AI 기술은 이 양극화 경제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