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중단되면 보험료 최대 3배 폭등·400만 명 보험 상실…플로리드 10개 선거구 가입률 20% 넘어 "이럴 줄 몰랐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정부 업무 중단이 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요구하는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안이 공화당 유권자들에게까지 지지를 받으면서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가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업무 중단의 쟁점, 보조금 연장
민주당은 정부 재개 법안 통과의 전제조건으로 올해 말 만료 예정인 팬데믹 시대 의료보험 보조금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보조금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도입된 것으로, 오바마케어 개인 보험시장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의료보험을 사도록 돕는다. 공화당 지도부는 정부 재개 뒤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거부하고 있다.
초당파 의회예산국(CBO) 추산으로는 보조금이 연장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간 400만 명 이상이 의료보험을 잃는다. 오는 11월 1일 공개 가입이 시작되면서 개인 보험시장의 400만 명 넘는 가입자는 이미 내년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는 통지를 받았다.
플로리다주 포트세인트루시의 보험 중개인 앨런 레이놀즈(65)는 "많은 고객이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면 보험을 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 성향의 무소속인 그는 자신도 트럼프에게 투표했지만 "이런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보조금을 잃으면 월 500달러(약 71만 원)였던 보험료가 1200달러(약 171만 원) 이상으로 뛸 전망이다.
공화당 선거구에 몰린 가입자들
의료정책 연구기관 KFF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오바마케어 개인 보험 가입자 절반 이상이 공화당 하원의원 선거구에 산다. 2020년 이후 개인 보험시장 가입자는 두 배 이상 늘어 2430만 명에 이른다.
특히 플로리다주에서는 10개 선거구에서 전체 인구의 최소 20%가 오바마케어 시장에 가입했다. KFF 보고서를 보면 보험 가입률 상위 5개 선거구가 모두 플로리다에 있다. 플로리다를 비롯해 조지아,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에서는 모든 선거구에서 최소 10% 주민이 시장 보험에 가입했다. 이들 4개 주는 오바마케어에 따른 메디케이드 확대를 거부한 10개 주에 포함돼, 저소득층이 저렴한 의료보험을 사는 데 세제 보조금에 더 의지한다.
KFF의 래리 레빗 보건정책 부사장은 "2017년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약화하려 했을 때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특히 공화당 주와 선거구에서 가입자가 크게 늘어 더 어렵다"며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를 그냥 놔뒀다면 여전히 인기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약화하려 할 때마다 지지가 굳어진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지뢰밭이 된 의료 개혁
오바마케어는 의료 시스템을 뒤흔들었다는 이유로 초기에 미국인들이 부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공화당이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첫해에 본격적으로 폐지를 시도하면서 지지율이 급등했다. KFF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 미국인 60% 이상이 이 법을 좋게 본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강화하는 표결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되풀이해서 폐지를 약속해왔기 때문에 민주당에 양보하기가 특히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수십 년 만에 공화당 후보가 이긴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 오바마케어는 인기가 높다. 의료보험 중개업체들은 오바마의 청색-적색 로고를 광고에 쓴다. 이 카운티를 포함하는 선거구의 공화당 하원의원 카를로스 히메네스와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는 1년간 보조금을 연장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마이애미대 경영대학원 보건경영정책학과 카롤라인 모텐슨 교수는 "지역 공화당이 전에는 정치보다 저렴한 의료보험 이용을 강조해서 이 지역사회가 의료법과 팬데믹 시대 보조금을 받아들였다"며 "내년 보험료를 알아보거나 급격한 가격 인상 통지를 받으면 이런 현실이 곧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루이지애나)과 존 툰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공화·사우스다코타)는 일부 의원들이 보조금 만료를 걱정한다고 인정했다. 지난 9월 소수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낸 법안은 보조금을 1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이는 내년 중간선거를 넘기는 기간이다.
트럼프 거리에서도 오바마케어 간판
마이애미 히알리아의 브라오호스 보험 대리점 사장 호세 루이스 곤잘레스는 고객들에게 보험료가 바뀐다고 알리느라 분주하다. 많은 고객이 보조금 없이는 간신히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쿠바계 미국인 노동자들이다. 일부는 오바마케어가 완전히 끝난다는 잘못된 소문을 듣고 그에게 전화했다.
한 오랜 고객은 부부의 보험료가 월 0달러에서 200달러(약 28만 원) 가까이 오를 수 있다며 보험을 끊겠다고 그에게 말했다. 이 남성은 마이애미 공립병원이 응급 서비스 이상을 제공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단순히 그곳에서 치료받겠다고 했다고 곤잘레스는 전했다.
"많은 사람을 설득해서 보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곤잘레스는 스페인어로 말했다. 작년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트럼프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든 공화당 거점 히알리아에서도 오바마케어를 광고하는 간판이 버스 벤치와 광고판, 보험 중개 회사 차량을 장식하고 있다.
히알리아 가든스의 39세 싱글맘 에리카 카르도소는 10년 전 오바마케어에 가입하기 전에는 의료보험에 월 300달러(약 43만 원) 가까이 냈다. 지금 치료사인 그는 자신과 아들 보험료로 월 35달러(약 5만 원)를 내는데, 강화된 보조금이 만료되면 이 금액이 두 배 이상 오를 수 있다. 아낀 돈으로 10대 아들이 클럽 축구를 하도록 돕는데, 재정이 너무 빠듯해지면 이 비용을 줄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카르도소는 보조금 만료를 놓고 "사람들이 의료보험을 이용하는 방식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뒤로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메디케이드 예산 1조 달러 삭감
트럼프가 올여름 서명한 대규모 세금·지출 법안에는 주로 오바마케어의 메디케이드 확대를 겨냥한 연방 메디케이드 지출 삭감액 1조 달러(약 1430조 원) 가까이가 들어갔다. 가장 큰 의료보험 손실은 19~64세 성인에게 연방 근로 요건을 부과하는 데서 생긴다. 이는 오바마케어 메디케이드 확대 인구만 대상으로 하며, 연방 빈곤선의 138%까지 소득자를 포함한다. 1인 기준 연 2만 1597달러(약 3080만 원), 4인 가족 기준 4만 4367달러(약 6340만 원)에 해당한다.
오바마케어 개인 보험시장과 보험료를 낮추도록 돕는 세금 공제는 메디케이드를 받을 수 없거나 직장에서 의료보험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