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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상하이에 'AI 사회적 가치' 도시 제안

글로벌 CEO들 "국경 없는 데이터 흐름이 상하이 성장 열쇠"
"단기 저축, 장기 투자로 전환…핵심 인재 유치 경쟁력 높여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한 제37차 상하이 시장 국제 기업인 자문회의가 지난 12일 상하이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사진=차이나데일리이미지 확대보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한 제37차 상하이 시장 국제 기업인 자문회의가 지난 12일 상하이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사진=차이나데일리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가 'AI·녹색기술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녹색 기술 중심의 차세대 혁신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상하이를 'AI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선도 도시로 키워야 한다는 미래상을 제시해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중국 일간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상하이에서 열린 제37차 상하이 시장 국제 기업인 자문회의(IBLAC)에서 최 회장은 상하이가 전 세계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본, 인재를 끌어모으는 중심지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서 최 회장은 "상하이가 AI로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모범 도시로 성장하려면 세제 혜택, 장려금 같은 평가와 지원 제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지원책이 마련된다면 "이 도시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본, 인재가 모이는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술 발전이 인류 사회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회장의 제안에 다른 세계적인 지도자들도 힘을 보탰다. 인베스터 AB 야콥 발렌베리 이사회 의장은 "상하이가 녹색기술, 건강관리, 디지털 서비스 같은 분야를 대상으로 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명확한 장려금을 주는 구역을 새로 만들면, 전문인재와 장기 투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규제당국과 기업 사이 정례 대화와 정책 명확성에 대한 해마다 하는 점검을 시행하면 서로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행정 효율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데이터, 상하이 혁신의 새 심장으로


이번 자문회의에서는 상하이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크게 떠올랐다. 지멘스 AG 롤란트 부슈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훈련은 질 좋은 데이터에 의존하기에, 개별 기업 데이터만으로는 가치가 크지 않다"며, 더 강력한 LLM을 만들려면 국경을 넘는 산업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티센크루프 AG 미겔 로페즈 최고경영자 역시 "데이터는 혁신의 원천"이라며 "상하이는 '원활하고 경계 없는' 데이터 흐름을 보장해 다국적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데이터 활용이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프루덴셜 Plc 슈리티 바데라 회장은 "AI 확산 시대에 데이터는 투자자를 굳건히 보호하는 핵심"이라며 "공유 시험 협약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시범 적용하고, 개인정보를 보장하는 감사 가능 데이터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로열 보팍 딕 리셸 최고경영자는 한발 더 나아가 상하이 안에 '디지털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자는 구상을 내놓으며, 데이터가 도시의 생산성과 성장을 이끌 핵심 자산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제안에 상하이시 역시 적극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뜻으로 화답했다. 천지닝(陈吉宁) 상하이시 당서기는 개회사에서 "위험은 크지만 가치 또한 높은 기초연구를 더욱 깊게 할 것"이라며 "첨단 파괴 기술 분야 연구 방향을 강화해 상하이를 기술혁신의 선두 주자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궁정(龔正) 상하이 시장 또한 기조연설에서 "이런 제안들은 결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상하이는 모든 분야에서 앞서가는 개혁을 힘껏 밀고 나갈 것이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정책과 제도를 더 빠르게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잠자는 자본 깨우고, 핵심 인재 모셔와야


자본이 원활히 흐르는 것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알리안츠 SE 올리버 베테 최고경영자는 "외국 금융 서비스 기업이 중국 시장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어야 통합 금융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며, 특히 "상하이가 홍콩과 연계를 강화해 양방향 자본 흐름을 원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BNP파리바 장 레미에르 이사회 의장은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의 막대한 단기저축을 자산운용 상품, 연금, 보험 같은 장기투자로 바꿔 더 효율 높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루덴셜 바데라 회장은 "중국 가계금융자산의 60% 넘게 낮은 수익률의 단기예금에 묶여 있다"며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들어 "장기투자를 바탕으로 한 개방 금융통합 구조는 시장을 더 안정되게 하고 위기에 더 잘 대처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도시 혁신의 관건은 인재라는 데에도 뜻이 모였다. 스위스 IMD 경영대학원 마크 그리븐 아시아 총장은 "인재 이동이 혁신에 결정적"이라며 연구개발(R&D) 전문가를 위한 특별 통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스텔란티스 존 엘칸 회장은 "비자, 취업허가, 거주허가 절차를 디지털로 바꾸고 전문인력을 위한 전용 창구를 열어 세계 인재의 입국과 이동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열 보팍 딕 리셸 최고경영자는 "싱가포르 인재정책, 도쿄 디지털 기반시설, 네덜란드 포용 공공서비스가 상하이가 인재 생태계 같은 '무형 요소'를 개선하는 데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슈 그룹 세베린 슈반 이사회 의장은 "신약개발은 생물학, 화학, 그리고 갈수록 중요해지는 AI까지 여러 학문이 합쳐진 분야"라며 "상하이는 많은 과학자와 연구기관이 모여 있어 이런 지식을 합치기에 알맞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3년 동안 IBLAC 의장을 맡은 그는 로슈가 최근 20억 4000만 위안(2억 9천만 달러)을 들여 상하이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를 짓기로 한 것도 이런 혁신 생태계의 덕을 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강자인 워버그 핀커스 칩 케이 회장은 "상하이가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아 붙잡고, 막대한 저축을 생산에 활용하며, AI의 실제 응용을 이끈다면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하나로서 자리를 굳힐 뿐 아니라 중국의 다음 세대 성장을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989년 문을 연 뒤 해마다 열리는 상하이 시장 국제자문 기구인 IBLAC는 올해 SK그룹을 비롯해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 브라질 철광석 대기업 발레 등 6개 기업이 처음 참여하며 폭을 넓혔다. 2026년 10월 11일 열릴 다음 회의는 '혁신이 이끄는 서비스 산업 발전'을 주제로 하며, 세계적인 부동산 기업 티시먼 스페이어 롭 스페이어 최고경영자가 다음 의장을 맡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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