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보조금 불확실성에 2026~2027년 프로젝트 잇단 취소… 우드맥킨지 "올해 전년비 10% 감소"
전기차 수요 정체 속 ESS 시장 급부상… LG엔솔, 미시간 공장에 14억달러 투입해 전용라인 전환
전기차 수요 정체 속 ESS 시장 급부상… LG엔솔, 미시간 공장에 14억달러 투입해 전용라인 전환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고관세 정책과 공급망 재편 요구에 직면한 개발사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거나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 같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현지 공장을 전기차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으로 전환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보조금 혼란에 멈춰선 배터리 프로젝트
미국 배터리 시장은 사상 최대 설치량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조정기에 들어섰다. 지난해 초만 해도 설치량이 23%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관세율 조정과 세액공제 유지로 낙폭은 10% 수준에서 막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개발업체인 풀마크 에너지의 크리스 맥키색 최고경영자는 "불확실한 변수가 너무 많아 자본가들이 선뜻 투자금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2026년과 2027년에 가동하기로 했던 프로젝트 상당수가 이미 취소됐거나 뒤로 미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배터리는 태양광이나 천연가스처럼 직접 전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전력 수요가 치솟는 순간 저장된 에너지를 공급해 정전을 막고 요금을 낮추는 전력망 핵심 역할을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막스 쇤피쉬 전력 부문 모델러는 "배터리 보급이 늦어지면 결국 값비싼 화력 발전소를 계속 가동해야 하므로 소비자들의 전기 요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수요 정체가 ESS에는 기회… 미 현지 공장 체질 개선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가 ESS 시장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미 연방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중국산 부품 비중이 25%를 넘는 배터리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전면 차단하기로 하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현지 공장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미시간주 공장을 전기차용에서 ESS 전용 라인으로 바꾸는 데 14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북미 지역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기차 배터리보다 수익성이 안정된 ESS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드맥킨지의 앨리슨 피니 분석가는 "완공된 전기차 공장을 ESS용으로 재가동하는 것이 공장을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2026년 1월 5일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을 실질적인 사업 성과 창출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AI와 ESS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2026년까지 ESS 매출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다.
2028년 시장 회복 재개 전망… 현지 생산 능력이 승패 가를 것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의 침체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ESS 전문기업 플루언스의 줄리안 네브레다 최고경영자는 "천연가스 터빈은 주문한 뒤 설치까지 2년 이상 걸리지만 배터리는 훨씬 빠르게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다"며 배터리의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의 전력망 연결 대기 목록에 올라와 있는 배터리 프로젝트 규모는 계획 중인 천연가스 발전소의 6배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대기 수요가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폭발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28년경에는 다시 설치량이 기록적 수준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5~7년 안에 미국 중심의 배터리 제조 생태계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춘 기업들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 제조 기반을 얼마나 빨리 구축하고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느냐가 향후 5년의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