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바이두·화웨이, 128~384칩 슈퍼노드 잇달아 공개…기술 자립 박차
中 AI 서버 시장 2028년 552억 달러 전망…컴퓨팅, 국가 핵심 인프라로
中 AI 서버 시장 2028년 552억 달러 전망…컴퓨팅, 국가 핵심 인프라로

미국 엔비디아의 GPU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컴퓨팅 시장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슈퍼노드'를 앞세워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인스퍼 등 중국의 클라우드·서버 강자들이 잇달아 독자 AI 인프라를 공개하며, 자체 기술 생태계를 통한 '컴퓨팅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기존 개별 서버 중심의 아키텍처를 넘어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최적화한 초고집적, 고대역폭의 초대형 컴퓨팅 노드 구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기술 규제 속에서 독자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세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열린 '압사라 콘퍼런스 2025'에서 알리바바가 선보인 128개 AI 칩을 집적한 '판지우 AI 인프라 2.0'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판지우의 등장은 중국 클라우드 선도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AI 인프라 혁신을 얼마나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알리바바의 에디 우 최고경영자(CEO)는 '슈퍼 AI로 가는 길'이라는 기조연설에서 컴퓨팅 패러다임이 뿌리부터 바뀌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컴퓨팅의 중심이 CPU에서 대규모 모델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GPU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전 세계에서 5~6개 플랫폼만이 진정한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며, 슈퍼노드 인프라가 그 성패를 가르는 핵심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알리바바가 공개한 판지우 AI 서버는 개방형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단일 랙에 128개의 AI 칩을 탑재해 고밀도를 구현했다. 특히 중간 평면(midplane)을 제거한 직교 설계를 채택해 케이블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부품의 유연한 교체(핫스와핑)와 손쉬운 확장,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공개한 고성능 네트워크 상호연결 기술 'HPN 8.0'은 GPU 대역폭을 6.4Tbps까지 끌어올렸으며, 최대 10만 개의 GPU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어 '단일 논리 컴퓨터'처럼 작동하게 해 기존의 지연 시간 문제를 극복했다. 이를 통해 몇 시간 걸리던 초대형 모델 훈련 시간을 몇 분 단위까지 단축했다.
바이두·화웨이·인스퍼 가세…中 '슈퍼노드 굴기' 본격화
중국의 슈퍼노드 개발 경쟁은 알리바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6개월간 주요 기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자체 슈퍼노드를 선보이며 AI 인프라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두는 지난 8월 'AI 클라우드 서밋'에서 자체 개발한 쿤룬신 칩과 고속 상호연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쿤룬신 슈퍼노드'를 공개했다. 바이커 AI 5.0과 첸판 4.0 플랫폼을 결합한 이 슈퍼노드는 조(trillion) 단위 파라미터를 갖춘 거대 언어 모델 훈련을 위한 '클라우드 거함'으로, 기존에 수 시간이 걸리던 작업을 수 분 단위로 줄였다.
화웨이는 지난 4월 구이저우 우후에서 더 강력한 성능의 슈퍼노드를 선보였다. 384개의 자체 개발 어센드 NPU와 192개의 쿤펑 CPU를 결합한 '클라우드매트릭스 384 슈퍼노드'는 300페타플롭스(PFlops)의 연산 성능을 자랑한다. 화웨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총 432개의 슈퍼노드를 연결해 16만 개 GPU 규모의 클러스터를 구축, 1000억 개 파라미터 모델 수천 개를 동시에 훈련시킨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화웨이의 클라우드 역량은 2025년 기준 지난해 대비 250% 성장했으며, 고객 수도 5배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버 제조 강자인 인스퍼 역시 경쟁에 뛰어들었다. 64개의 AI 가속기를 하나의 장치로 통합한 '메타브레인 SD200 슈퍼노드'를 출시하며 중국 내 컴퓨팅 공급망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 슈퍼노드는 중국의 주요 오픈소스 모델에 맞춰 최적화했으며, AI 인프라 시장에서 국산 기술로 경쟁하겠다는 중국 기업들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2028년 552억 달러 시장"…국가 인프라 된 AI 컴퓨팅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 지표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중국 AI 서버 시장 규모는 2024년 190억 달러(약 26조 7500억 원)에서 2025년 259억 달러(약 36조 4600억 원)로 36.2% 성장하고, 2028년에는 552억 달러(약 77조 7200억 원)를 웃돌 전망이다. 중국의 전체 컴퓨팅 용량 역시 2025년 1,037.3엑사플롭스(EFLOPS)에서 2028년 2,781.9엑사플롭스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미 컴퓨팅을 에너지, 교통과 같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지정하고 총력 지원에 나섰다.
전 세계에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xAI 등이 10만 개 규모의 GPU 클러스터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의 규제로 GPU 공급 부족 문제를 겪는 중국 기업들은 자국산 AI 칩 설계와 고속 상호연결 기술 개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판지우, 바이두의 쿤룬신, 화웨이의 클라우드매트릭스, 인스퍼의 메타브레인은 단순한 기술 사양 경쟁을 넘어 중국 AI 컴퓨팅 생태계의 급격한 성장을 보여준다. 중국의 클라우드 거인들에게 슈퍼노드는 차세대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로 들어서는 '입장권'이자, AI 컴퓨팅의 새 표준으로 삼아 세계 AI 시대를 이끌려는 기술 자립의 전략 무기이기도 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