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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퀄컴 차세대 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2나노 시험 생산

TSMC와 파운드리 수주 경쟁 재점화…수율 70% 입증이 관건
'갤럭시 Z 플립 8' 한정 탑재 유력…파운드리 신뢰 회복 발판 마련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2600 양산을 시작한 뒤, 2나노 GAA 공정으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특정 모델 생산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사진=퀄컴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2600 양산을 시작한 뒤, 2나노 GAA 공정으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특정 모델 생산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사진=퀄컴

삼성전자가 퀄컴의 차세대 주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2나노미터(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시험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 TSMC와 벌이는 첨단 공정 수주 경쟁이 다시 불붙는 신호탄으로, 수율 안정성이 양산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다. 이번 수주전은 퀄컴의 신뢰를 되찾고 파운드리 사업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삼성전자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IT전문 매체 WCCF테크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파운드리 수주 경쟁의 중심에 선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는 뛰어난 성능으로 모바일 경험의 혁신을 이끌 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세대 퀄컴 오라이온(Oryon) CPU를 기반으로 최대 4.6GHz 클럭 속도의 프라임 코어 2개와 퍼포먼스 코어 6개를 장착해 이전 제품보다 CPU 성능을 약 20% 높였다. 또한 새로운 아드레노(Adreno) GPU로 그래픽 처리 능력은 23% 이상 끌어올렸고, 헥사곤(Hexagon) NPU 성능도 강화해 빠른 멀티태스킹과 전문가급 영상 촬영 같은 고도의 인공지능(AI) 연산을 원활히 지원한다.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려면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반드시 필요해 제조사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퀄컴은 올해 하와이에서 연 '스냅드래곤 서밋 2025'에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공식 발표하고, TSMC의 3나노 'N3P' 공정으로 양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퀄컴이 삼성전자의 2나노 GAA 공정을 활용한 두 번째 버전을 함께 준비하는 '이원화 조달'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최근 이 두 번째 버전이 실제 시험 생산 단계에 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과 수율에 다시 한번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엑시노스 2600으로 다진 자신감…'마의 수율' 70% 넘어야

삼성전자가 퀄컴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는 기대는 자체 AP '엑시노스 2600'의 양산 경험에서 나온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의 2나노 GAA 공정을 적용한 첫 제품으로, 최근 본격 양산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수율이 올해 초 30% 수준에서 최근 50%까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공정의 안정성이 점차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고객사 물량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50% 수율은 여전히 부족하다. 칩 10개를 만들면 5개가 불량이라는 뜻으로, 재정 손실이 커 퀄컴 같은 대형 고객사가 양산을 맡기기에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퀄컴한테서 최종 양산 승인을 받으려면 최소 70% 수준의 수율을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번 시험 생산은 바로 이 수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핵심 시험대다.

과거 퀄컴은 삼성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수율 문제 탓에 주력 제품 생산을 경쟁사인 TSMC에 맡겨왔다. 지난 7월에는 퀄컴이 삼성을 파운드리 파트너에서 제외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두 회사의 관계가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시험 생산 소식은 퀄컴이 삼성의 2나노 GAA 기술 잠재력을 여전히 주시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삼성과 협력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성공해도 'Z플립 8' 우선 적용…제한적 공급으로 신뢰 쌓기


삼성전자가 퀄컴의 최종 승인을 얻어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초기 물량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현재 나오는 소문을 종합하면, 삼성의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는 2026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Z 플립 8' 모델에만 한정해 탑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함께 출시될 '갤럭시 Z 폴드 8'과 주력 제품군인 '갤럭시 S26' 시리즈 모든 모델에는 TSMC가 생산한 칩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략은 퀄컴이 삼성의 2나노 공정을 실제 스마트폰에 적용해 성능, 안정성, 전력 효율 등을 검증하는 '시험 적용'으로 풀이된다. 비록 모델 하나에 그치더라도 삼성전자 처지에서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기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AP를 자사의 최첨단 공정으로 만들어 상용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TSMC에 버금가는 반도체 역량을 갖췄음을 시장에 증명하는 강력한 상징이 되기 때문이다.

물량을 성공적으로 양산해 공급하면 앞으로 더 많은 물량을 수주하고 다른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삼성전자 2나노 GAA 공정의 잠재력이 퀄컴의 시험대를 넘어 본격 비상을 시작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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