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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키옥시아, 엔비디아와 AI용 초고속 SSD 공동개발…HBM 아성에 도전

100배 빠른 GPU 직결 SSD 2027년 상용화…AI 서버 시장 정조준
'D램 없는 약점' 낸드 기술로 돌파…고비용 HBM 일부 대체 추진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서버용 초고속 SSD 개발에 나선다.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이 SSD는 GPU에 직접 연결해 기존 제품보다 10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며, 고가의 HBM 시장 일부를 대체해 AI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주목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서버용 초고속 SSD 개발에 나선다.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이 SSD는 GPU에 직접 연결해 기존 제품보다 10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하며, 고가의 HBM 시장 일부를 대체해 AI 메모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주목된다. 사진=로이터
일본의 반도체 메모리 대기업 키옥시아가 인공지능(AI) 서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초고속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개발에 나선다.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읽기 속도를 100배 가까이 끌어올린 이 SSD는 AI 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아래 개발되며, 고가의 광대역 메모리(HBM)가 주도하는 AI 메모리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2027년 제품화를 목표로, GPU에 직접 연결하는 혁신적인 구조를 통해 AI 연산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일(현지시각)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이 같은 차세대 SSD 개발 계획을 지난 9월 2일 도쿄에서 열린 AI 시장 기술 설명회에서 공식화했다. 키옥시아의 후쿠다 고이치 SSD 응용 기술 기사장은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제안과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할 것"이라며 양사 간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이번에 개발하는 SSD의 핵심은 기존의 데이터 전송 방식을 완전히 뒤엎는 데 있다. 지금까지 SSD는 CPU를 거쳐 GPU와 연결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나, 키옥시아는 GPU에 직접 연결해 데이터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읽기 랜덤 액세스 성능을 기존의 100배에 육박하는 1억 IOPS(초당 입출력 횟수)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 시스템에 2억 IOPS 성능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키옥시아는 자사의 신형 SSD 2대를 장착해 이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인터페이스 규격은 기존 PCIe 5.0 대비 데이터 전송 대역폭을 4배 이상 끌어올리는 차차세대 표준인 'PCIe 7.0'을 기반으로 할 예정이다.

HBM 아성에 '가격 경쟁력' 낸드로 도전


키옥시아의 이번 전략은 단순히 속도 경쟁을 넘어, AI 메모리 시장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현재 AI 연산에는 초고속 D램인 HBM이 필수적으로 쓰이지만, 높은 가격 탓에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메모리 용량을 확장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키옥시아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D램 제품군이 없는 약점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로 HBM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량 데이터 저장과 빠른 접근이 동시에 요구되는 AI 추론 및 검색 증강 생성(RAG) 분야에서 HBM과 SSD를 조합하면 전체 시스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핵심 기술 'XL-플래시'와 단계별 상용화 길잡이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키옥시아의 독자 기술인 고속 낸드 'XL-플래시(XL-FLASH)'가 있다. XL-플래시는 하나의 메모리 셀에 저장하는 데이터양을 1~2비트로 최소화해, 3~4비트를 저장하는 일반 낸드보다 비용은 높지만 동작 속도와 내구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이를 통해 낸드 메모리의 고질적인 읽기·쓰기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SSD보다 훨씬 세밀한 512바이트 단위의 랜덤 데이터 접근에 최적화한 구조를 채택했다.

키옥시아는 1억 IOPS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XL-플래시 기술을 더욱 고도화한다. 키옥시아의 마쓰데라 가쓰키 메모리 응용 기술 총괄부 기술 총괄부장은 "낸드 칩을 독립적으로 동작시키는 단위인 '플레인(plane)'의 분할 수를 늘려 칩 면적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읽기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대역폭 플래시(HBF) 기술을 병용하고,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낸드를 수직으로 여러 층 쌓아 올려 병렬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동시에 데이터 읽기 단위를 기존의 8분의 1 수준인 512바이트로 세분화하면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 증가를 억제하는 기술 개발도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키옥시아는 우선 2세대 XL-플래시를 적용해 1000만 IOPS 성능을 내는 SSD를 2026년 하반기에 샘플 출하하고, 여기서 얻은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2027년에는 3세대 XL-플래시를 탑재한 1억 IOPS SSD를 본격 개발할 계획이다.

키옥시아는 AI 학습뿐만 아니라 추론, RAG 등 다양한 AI 응용 분야별로 최적화한 용량과 속도를 갖춘 SSD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RAG는 기업 내부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 답변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 내에서 접근 빈도는 낮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니어라인(Nearline)' 스토리지 시장에서도 HDD를 SSD로 대체하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후쿠다 기사장은 "AI 사업자들은 GPU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GPU 가동률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스토리지 비용이 다소 비싸더라도 고성능 SSD를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며 AI 시대에 SSD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는 이번 키옥시아와 엔비디아의 협력을 AI 서버 시스템의 데이터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이자, 차세대 컴퓨팅 구조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2029년경 AI 관련 낸드 수요가 전체 낸드 시장의 50%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어, 이번 기술 개발이 메모리 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을 이끌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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