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발표한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한미 통상합의가 표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최근 한국과의 협상에서 “투자액을 조금 더 늘리고, 대출보다 현금 비중을 높이라”는 요구를 내세우며 사실상 합의 골격을 바꾸고 있다는 불만이 한국 정부 측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러트닉 장관이 일본과 체결한 5500억 달러(약 770조 원) 투자 양해각서에 준하는 구조를 한국에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일본은 이달 초 27.5%였던 대미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지는 대신, 투자 프로젝트 선정 권한을 미국에 넘기고 원금 회수 후 이익의 90%를 미국에 배분하는 구조를 수용했다. 백악관은 한국에도 “같은 틀에 숫자만 다소 줄인” 합의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 경제 규모가 일본의 5분의 2에 불과하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도 없다는 현실을 들어 일본과 같은 방식의 현금 투입은 외환보유액을 잠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뉴욕 유엔총회 계기 회동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에게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산 제품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1000억 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서명 합의가 아닌 구두 협상”이라고 반박하며 이견을 드러냈다.
협상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도 있었다. 이달 초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전례 없는 대규모 이민단속으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되면서 한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는 와중에 불필요한 갈등이 터졌다”며 난감해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