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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원화 24시간 거래 허용…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청신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목표…외국인 투자 접근성 획기적 개선
금융 안정성 확보·거래 활성화는 과제…연말 세부 로드맵 주목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내년부터 원화 24시간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환율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목표로 내년부터 원화 24시간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환율 정보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자본시장의 오랜 숙원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파란불이 켜졌다.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 거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하고 비거주자 간 원화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함께 추진하는 이번 조치는 한국 자본시장을 국제 표준에 맞춰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을 구체화하는 핵심 전략으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한국 외환시장을 24시간 체제로 바꾸고 비거주자의 원화 거래에 대한 규제 장벽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설명회(IR)에서 한국 자본시장의 청사진을 제시한 직후 나온 후속 조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지정학적 위험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리아 프리미엄'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김재환 국장은 "외환시장 개방은 내년 중 시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조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른 선진국에 투자할 때와 실질적인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한국 원화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마지막 문턱' 넘는다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편의 핵심 목표는 단연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다. 한국은 경제 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에 들지만, 주식시장은 수년째 신흥시장(Emerging Market)에 머물러 왔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폐쇄적이고 경직된 외환시장이 꼽힌다. 특히 런던, 뉴욕 등 주요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한국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만 원화를 바꿀 수 있어 투자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MSCI는 지난 6월 시장 분류 검토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선진 시장 자격을 갖추려면 '완전한 통화 교환성'이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MSCI는 선진 외환시장의 조건으로 ▲글로벌 투자자의 폭넓은 참여 ▲투명한 실시간 가격 정보 ▲신뢰도 높은 효율적인 결제 체계 ▲자본 통제 철폐 ▲역내외 시장의 깊고 풍부한 유동성 ▲좁은 매수-매도 가격 차이 등을 제시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내놓은 제한적인 거래 시간 연장 등 점진적인 개선책에 MSCI는 "선진 시장의 현재 관행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평가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해왔다. 이번 24시간 시장 개방과 규제 철폐는 MSCI의 요구 조건을 정면으로 수용한 조치로, 선진국 지수 편입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평가다.

기대 효과와 남은 과제


정부는 이번 개혁을 위해 법률 개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비거주자의 원화 거래를 막았던 각종 신고 의무와 규제 장벽을 허물어 자유로운 거래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역시 정책에 발맞춰 24시간 원활한 원화 결제가 이뤄지도록 새로운 결제 기반을 구축한다. 정부의 제도 개선과 한국은행의 시스템 지원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외환시장 선진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원화 유동성이 크게 늘고 환율 변동성도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한다. 서울 외환시장이 이름에 걸맞은 국제 금융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다만 시장 개방에 따른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관리하고 금융 안정을 지키는 일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새로운 결제 시스템의 원활한 운영과 감독 체계 구축, 거래가 한산했던 야간 시간대 거래 활성화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여 안정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을 이끌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정부가 연말까지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MSCI 편입 추진 계획에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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