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후 S&P500 20% 급락에도 달러지수 8% 하락…"15년 헤지 전략 재검토 불가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15년 동안 이어져 온 달러 헤지 전략에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15년간 유지된 달러 헤지 전략의 변화
글로벌 투자자들은 지난 15년 동안 경제·정치 위기 시 달러화를 자연스러운 헤지 수단으로 삼아 왔다. 위기에 따라 미국 주식과 채권 가치가 동시에 떨어져도 달러 환율 상승으로 손실을 일부 상쇄한다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3, 4월 상황은 달랐다. S&P 500 지수는 최대 20%까지 떨어졌지만, 달러 지수는 8%가량 떨어졌다. 이로 인해 많은 자산 운용사와 연금 기금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달러 헤지 포지션 유지가 적절한지 재검토에 들어갔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달러 안전자산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빠르게 확산했다.
◇ 냉전부터 2008년 금융위기까지 달러 안전자산의 뿌리
달러 안전자산 개념은 냉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방 금융망에서 달러는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했고, 금본위제 대체 통화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는 달러와 금에 투자하는 게 전통이었다.
그러나 달러가 진짜 안전자산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다. 금융위기 발원지였던 미국 은행과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붕괴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 월가와 시장에서는 “팬데믹 공포와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미국 자산 집중 현상”으로 설명한다.
◇ 브래드 세터 전 재무부 관리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실제 원인”
미국 전 재무부 관리이자 외교협회 연구원인 브래드 세터는 8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2008년 달러 급등을 ‘캐리 트레이드 청산’ 현상에서 찾았다. 그는 “리스크 회피 때문만이 아니라, 달러 자금으로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가 긴급 해소되면서 달러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단순히 안전자산 선호 때문만 아니라, 양적완화 정책과 글로벌 달러 자금 흐름, 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경험에 따라 달러 헤지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장 관계자는 “달러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믿음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관행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도 같은 기능을 받을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주요 통화별 상대적 가치 변동과 수급 구조를 모두 고려해 다각도로 헤지하는 방법이 요구된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달러가 유일한 피난처라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