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노동자 65명 해고 논란 가열, 트럼프 “외국인 투자 환영하지만 미국인 고용 우선” 경고
한국 정부, 구금자 조기 송환 협의 중…한미 노동·투자 관계 새 국면
한국 정부, 구금자 조기 송환 협의 중…한미 노동·투자 관계 새 국면

이 가운데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포함됐고, 단속 여파로 미국인 근로자 65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외국인 투자와 노동 정책 사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워싱턴 타임스와 CBN 등 주요 외신이 지난 8일(현지시각) 잇따라 보도했다.
◇ 역사상 최대 규모 단속…한국인 300명 이상 포함
지난 4일 조지아 엘라벨에 있는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대규모 단속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475명의 불법 체류자가 체포됐고, 이 중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포함됐다. 대부분이 단기 사업용 비자인 B-1 비자나 전자여행 허가를 받은 뒤, 비자 조건에 맞지 않는 건설 노동에 종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측은 체포된 사람 중 직접 고용한 인원은 없고,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 직원 47명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의 상당수가 하청업체에 고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 21억 달러 세금 혜택을 받은 생산 현장의 아이러니
이번 단속 사건은 미국 내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정책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5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 투자와 8000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따라 조지아주는 현대차에 21억 달러(약 2조9000억 원) 세금 감면과 소득세 공제 등 혜택을 줬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미국인 노동자 일부는 해고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인 노동자 65명이 최근 일자리를 잃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국인 투자와 미국 노동 시장 보호 사이 갈등이 커졌다.
배관공과 용접공을 대표하는 ‘UA지역노조 188’의 배리 차이글러 관리자는 "우리는 안전사고 없이 열심히 일했지만, 불법체류 노동자들로 교체됐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하청업체에 고용돼 근무하던 조합원 65명이 최근 해고됐다고 전했다.
◇ 트럼프, 외국 기업에 ‘미국인 고용 우선’ 촉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국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냈다. 그는 지난 7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지만,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교육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 담당관 톰 호만은 CNN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사업장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체류자를 의도적으로 고용하는 것은 범죄"라며, "불법체류자가 더 싼 임금을 받기에 경재력 있는 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이민 단속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전국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한 단속 확대가 가능해졌다.
한국 정부는 이번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들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미국과 협의해 전세기 운항을 추진 중이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한미 간 외국인 노동과 투자 문제에서 긴장과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