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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MIT '생성 AI 수익 없다' 보고서에 엔비디아 등 기술주 일제 하락

전문가 "시장 기대 과도, 본격 수익은 2026년 이후"
미 정부의 시장 개입 확대…반도체 업계 불확실성 가중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트레이더들의 모습.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생성 AI 도입 기업의 95%가 투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여파로 2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등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객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트레이더들의 모습.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생성 AI 도입 기업의 95%가 투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여파로 20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등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붐을 이끌던 미국 기술주가 일제히 하락하며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생성 AI를 도입한 기업 95%가 투자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 연구 보고서가 과열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를 필두로 주요 기술주가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시장이 단기 과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 종합주가지수는 이틀 연속 떨어져 2% 조정됐다. AI 혁명의 승자로 지목된 반도체 등 기술주 전반에 이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도전도 발목을 잡았다.

하락세는 빅테크 기업 'M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테슬라, 메타, 엔비디아)도 피하지 못했다. 대표 AI 관련주 엔비디아는 이틀 동안 3.6% 내렸고, 테슬라와 아마존닷컴도 3% 넘게 주가가 빠졌다. 나머지 4개 기업 역시 모두 동반 하락했다.

특히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이틀 만에 10% 폭락했다. 20일 장중에는 지난 12일 기록했던 상장 후 최고가에서 25%까지 밀리기도 했다. 팔란티어는 최근 좋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연말 대비 2.5배 급등했고,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00배를 웃돌아 고평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수익성 의문 제기한 MIT 보고서 '결정타'


기술주 투매 현상의 배경에는 AI의 실제 수익성에 대한 근본 물음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기관이 내놓은 보고서를 결정타로 지목한다. 보고서는 "생성 AI를 도입한 조직의 95%가 투자수익률(ROI)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AI 도입이 아직 기업의 실질 이익 성장이나 경영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에 'AI의 본격 활용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퍼졌다.

AI 거품 경고는 이전부터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19일 MIT 보고서를 조명하며,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일부 투자자는 막대한 자금을 잃게 될 것"이라며 AI 거품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거액의 연봉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내건 AI 인재 쟁탈전이 심해지며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운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는 팔란티어를 두고 "(실적 등) 기초 체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주가에는 상당한 하락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생성 AI가 제대로 자리 잡는 때를 "2025년이 아닌 2026~2027년"으로 내다보며, "AI로 기업들이 단기간에 높은 투자수익률(ROI)을 거둘 수 있다는 시장의 시각은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 미 정부 개입까지…반도체 업계 '첩첩산중'


성장 추진력과 규제 위험이 공존하는 반도체 분야의 불안감도 커졌다. AI 기반 시설의 핵심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는 20일까지 5거래일 동안 4% 넘게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과 더불어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을 받는 마이크론, TSMC 등의 지분 취득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전날 급등했던 인텔 주가는 하루 만에 7%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행 AI 반도체 수출을 허용하는 대가로 매출의 15%를 받기로 합의한 점 등 정부의 시장 개입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오는 9월 금리 인하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시의 추가 하락을 막는 완충재 구실을 했다. 그러나 CFRA의 샘 스토벌은 "기술주는 수익 개선 등 좋은 소식을 거의 다 선반영했다"고 분석했다. AI 관련주의 앞날을 가늠하려는 시장의 모든 시선은 이제 다음 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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