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대신 동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29∼30일 회의 의사록(표지 제외 17쪽 분량)을 보면 회의에 참석한 연준위원 다수가 기준 금리를 4.25∼4.50%의 현 상태로 유지하는 데 찬성했다.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노동시장 약화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2명 이상의 연준 이사가 금리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례이다. 지난 달 FOMC 회의 종료 후 이틀 뒤인 지난 1일 발표된 노동부 데이터는 보먼 부의장과 월러 이사 우려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보였다. 미국의 7월 고용 창출은 전문가 예상 폭을 크게 하회했는데, 특히 그간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던 5∼6월 고용 증가 폭도 이례적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계조작'이라고 주장하며 분노했고,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해고하기도 했다.
최근 데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데 힘을 실었다. 미 노동부에서 발표한 7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이중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1.1% 올라 2022년 3월(1.3%)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위원들은 7월 회의에서 "관세 영향이 상품 가격에 더 명확히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은 여전히 관찰 중"이라고 평가하면서 "관세 상향 조처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의 규모와 지속성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현재의 연방기금 금리 수준이 중립 수준에서 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한 것으로 의사록은 소개했다.
FOMC 회의록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중앙은행장·통화정책 책임자 연례 모임인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직전 나왔다. 내년 5월 임기 종료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설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FOMC는 연 8회 회의를 가지며 다음 달 16∼17일에 올해 여섯번째 회의가 계획돼 있다.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 특히 기술주의 하락 각도가 가파르다.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의 거품 논란이 부각되면서 이틀째 투매 심리가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뉴욕 증시는 이틀째 기술주와 우량주 간 분위기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우량주 위주의 다우지수는 약보합권에서 선방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이 다우지수에 포함돼 있지만 2%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월마트와 프록터앤드갬블, 비자카드, 코카콜라 등 다른 우량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수의 낙폭은 제한적이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도 1% 넘게 떨어진 데 이어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
올해 시장을 이끌었던 AI 및 반도체 관련주를 둘러싸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상승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AI 챗봇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AI 산업에 거품이 껴있다"고 밝힌 데 이어 주요 AI의 발전 속도가 더뎌지면서 고점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미국에선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내놓은 보고서가 회자하면서 기술주에 하방 압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MIT의 난다(NANDA) 이니셔티브는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도입했음에도 약 5%의 기업만이 매출 성장 속도가 빨라졌고 나머지 95%의 기업은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안 그래도 고점 부담이 큰 AI 및 반도체 관련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기술주 투매가 나오면서 시가총액 1조달러 이상의 거대 기술기업들도 모두 하락세다. 엔비디아,며 브로드컴,알파벳,아마존, 메타도,테슬라등이 떨어지고 있다.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고치 기준 240배가 넘었던 팔란티어는 이날도 7% 넘게 떨어지며 투자심리가 가파르게 꺾이고 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급락하고 있다. 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이 모두 하락세다. TSMC와 AMD, Arm, 마이크로테크놀로지도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유럽증시는 혼조 양상이다.유로스톡스50 지수는 전장 대비 0.17% 내리고 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0.20% 오르고 있고 영국 FTSE 지수도 0.87% 상승세다. 반면 독일 DAX 지수는 0.45% 내리고 있다.국제 유가는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