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주식 시장의 대형 기술주들이 21일(현지시각)에도 약세를 이어갔다.
일부에서는 2000년 닷컴거품 붕괴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후퇴는 일시적인 조정일 뿐 시장 펀더멘털 자체의 붕괴는 아니어서 25년 전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약세
팔란티어의 경우 1주일 동안 14%, 브로드컴은 7.5% 폭락했다.
특히 팔란티어는 20일 장중 약세장에 진입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테슬라 등 M7 빅테크 역시 대부분 3~4%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차이는 있어 알파벳이 1.5%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메타는 5.6% 급락했다.
실적
그러나 이는 일시적 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우선 순익 성장세가 그렇다.
메타를 예로 들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맞다면 앞으로 수년에 걸쳐 순익이 연평균 15%씩 성장할 전망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브로드컴과 팔란티어 역시 각각 연평균 20%씩 순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BS 투자은행의 션 사이먼즈는 투자자들에게 AI 승자 기술주들을 놓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깜짝 실적 잠재력을 얕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메타의 2분기 순익은 시장 전망을 21% 웃돌았고, MS 순익 역시 시장 예상보다 8% 높았다.
아울러 AI 빅테크들의 순익 성장세는 시장 전반을 압도하고 있다.
사이먼즈는 기술업체들의 올해 순익은 전년비 25% 넘게 성장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순익 성장세는 고작 7%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밸류에이션
빅테크의 가파른 주가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고평가 불안이 높지만 이 또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닷컴거품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 빅테크의 밸류에이션은 훨씬 합리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빅테크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할 때 이들의 순익 전망이 개선되면서 연초의 높은 밸류에이션 역시 조만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M7 빅테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FT)인 라운드힐 M7 ETF(MAGS)는 주가수익배율(PER)이 지난해 말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41.5배였던 것이 지금은 31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닷컴거품이 붕괴하기 직전이었던 2000년 초반 닷컴 붐을 주도했던 오라클과 시스코의 PER은 각각 130배, 150배였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팔란티어는 PER이 한때 240배가 넘었다. 그러나 팔란티어는 높은 성장성 속에 순익 전망이 개선되면서 PER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AI 상승 초기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 창업자 제시카 레이브는 분석노트에서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노심초사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레이브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시작되는 강세장은 대개 성장 우려, 정책 불확실성, 밸류에이션 우려 등에 직면해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현재 뉴욕 주식 시장이 이 국면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미 빅테크의 상승장은 여전히 초기 상태라면서 AI라는 새 기술이 장기적인 상승장을 이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브는 이런 상승장이 때때로 후퇴 양상을 빚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이번 상승장도 과거 상승장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레이브는 아울러 이번이 1990년대 닷컴 거품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로 엔비디아가 AI 흐름을 확실히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1990년대에는 아마존, MS, 오라클, 시스코, 인텔, 델 같은 여러 종목들이 인터넷 혁명의 수혜주가 될 것으로 기대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AI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구분되면서 시장 주도주들이 좁혀져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승자가 고꾸라져도 그 충격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