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멜리우스 리서치 "엔비디아, AI·전력 업고 2030년 9조 달러 기업으로"

AI 작업 수요 156GW로 폭증 전망…"단순 칩 제조사 넘어 기반 시설 제국으로"
9조 달러 가치 실현의 전제조건…"5조 달러 규모 전력 기반 시설 투자 먼저 이뤄져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금융 분석 회사 멜리우스 리서치는 AI 작업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기반 시설 확충을 전제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2030년 9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금융 분석 회사 멜리우스 리서치는 AI 작업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기반 시설 확충을 전제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2030년 9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로이터
미국 금융 분석 회사 멜리우스 리서치의 벤 라이츠 분석가가 지난 19일(현지시각) 인공지능(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2030년까지 9조 달러(약 1경 2589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번 분석은 단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 증가가 아닌, AI의 성장이 곧 전력 에너지 수요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엔비디아의 미래 가치를 평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했다. AI 기반 시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2030년 연간 매출이 지난해(약 900억 달러)의 7배에 가까운 6000억 달러(약 839조 28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이 이 낙관론의 핵심 근거다.
라이츠 분석가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전력이 AI 성장의 가장 큰 제약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 AI 수요가 전력 수요, 전력이 곧 엔비디아 매출

라이츠 분석가의 주장은 AI 에너지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가 엔비디아의 매출로 이어진다는 논리에 바탕을 둔다.
첫째, AI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는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자료를 인용해, AI 때문에 생기는 기가와트(GW) 단위의 에너지 수요가 2030년까지 해마다 평균 3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 말 AI 작업 수요가 156기가와트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는 중형 원자력발전소 수십 기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력량이다.

둘째,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가 엔비디아에 막대한 매출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투자자들에게 1기가와트의 수요당 400억 달러(약 55조 9520억 원)에서 500억 달러(약 69조 9400억 원)의 매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이츠 분석가는 여기에 인플레이션 등 다른 요인을 생각하면 2030년까지 이 기회는 최대 600억 달러(약 83조 934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2030년 AI 기반 시설 시장의 전체 규모는 약 6조 2000억 달러(약 8673조 원)에서 9조 3000억 달러(약 1경 3009조 원)에 이른다.

셋째, 엔비디아가 AI 기반 시설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리라는 예측이다. 라이츠 분석가는 엔비디아가 이미 데이터 센터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엔비디아가 기반 시설 기업으로 바뀌고 있으며, AI 작업량 구축에서 상당한 몫을 차지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츠 분석가는 엔비디아가 이 시장의 30%를 점유한다고 가정하면 2030년 한 해 매출은 6000억 달러(약 839조 3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엔비디아가 '단순 GPU 제조사'를 넘어 '데이터센터 기반 시설 핵심 공급자'의 지위를 확보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30~50배까지 오를 수 있어, 시가총액 9조 달러(약 1경 2590조 원) 달성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 9조 달러 가는 길, '5조 달러 투자'가 최대 관문

다만 이 장밋빛 전망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과 변수가 따른다. 가장 큰 관문은 AI 에너지 수요를 뒷받침할 업계의 막대한 투자다. 라이츠 분석가는 156기가와트의 전력 수요를 현실로 만들려면 2030년까지 발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 기반 시설에 약 5조 달러(약 6994조 원) 투자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 투자가 실패하면 AI 성장 자체가 더뎌져 엔비디아의 성장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AMD, 인텔 등 경쟁사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현재는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가 압도 우위에 있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다. 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강화하는 AI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지정학적 위험도 세계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분석은 엔비디아가 단순 칩 제조사에서 벗어나 AI 기반 시설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수요가 전기 수요로, 다시 엔비디아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만약 이 전망이 현실이 된다면, 엔비디아는 20세기 석유 시대의 ‘엑손모빌’ 같은 존재에서 21세기 전력-AI 시대의 '기반 시설 제국'으로 올라선다는 뜻이다. 그러나 9조 달러(약 1경 2590조 원)라는 목표는 전력 기반 시설 투자라는 거대한 전제 조건이 채워질 때 가능한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는 점을 새겨야 한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음 주 수요일 장 마감 뒤로 예정인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에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