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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잭슨홀 심포지엄 앞둔 연준의 딜레마...파월, 금리 인하 신호 보낼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월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월30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정책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이번 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제43차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모이는 가운데 내년 5월 퇴임을 앞둔 제롬 파월 의장의 마지막 잭슨홀 연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례 연설은 정책 변화를 알리는 기회로 줄곧 활용돼 왔다. 실제로 지난해 파월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으며 노동시장 과열이 완화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뒤 9월 회의에서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시기였던 2022년에는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고통스럽더라도 인플레이션과 싸울 것”이라며 긴축 기조 유지를 시사해 주가 급락을 촉발하기도 했다.

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강한 금리 인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에 촉각이 세워지고 있다.
이달 초 7월 고용 보고서가 공개됐을 당시에만 해도 9월 금리 인하가 굳어지는 분위기였으나 지난주 물가 지표 발표를 계기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나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에서는 다음 달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83.6%로 높게 반영하고 있지만, 고용 보고서가 공개된 후인 지난 4일의 97%에 비해서는 가능성이 소폭이나마 낮아진 상태다.

파월 의장의 마지막 잭슨홀 연설은 오는 22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각)로 예정된 가운데 향후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단서가 나올지 주목된다.

UBS 증권의 조너선 핑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파월 의장이 다음 달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겠지만,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할 것”이라며 확정적으로 못을 박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연준 내에서도 정책 결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지난 7월 서비스 물가가 예상외로 크게 상승하자 일부 연준 인사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향후 서비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 슈미트(캔자스시티), 베스 해맥(클리블랜드), 래피얼 보스틱(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 위험 자체에 더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7월 고용 보고서 부진 이후 메리 데일리(샌프란시스코)와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기존의 ‘관망’ 입장에서 고용 전망에 대한 우려로 선회했다. 앞서 이미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고용 상황 악화를 빌미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7월 통화정책회의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인플레이션 경로와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평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관세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현재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연준의 이중 책무인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주요 우려 사항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최근 발표된 7월 고용 보고서가 약세를 보이며 노동시장 둔화 가능성을 드러낸 만큼, 이를 파월 의장이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슈워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야후 파이낸스에 “시장은 9월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이어 10월이나 12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완만한 수준의 긴축적 정책 기조가 여전히 적절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7월 통화정책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기조와 동일하다.

시장 관심은 또한 파월 의장이 연준의 정책 프레임워크 검토 결과를 발표할지에 쏠려 있다. 연준은 5년마다 통화정책 전략, 수단,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재검토하며, 마지막 개편은 2020년에 이뤄졌다. 당시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다소 못 미쳤던 상황을 반영해 ‘유연한 평균 물가목표제’를 도입했으나,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인해 시장 신뢰와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제기돼 왔다.

도이체방크의 매트 루제티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새 프레임워크 도입이 인플레이션 급등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지만, 연준의 대응 지연과 과도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루제티는 파월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공급 충격 위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인플레이션과 고용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선제적 통화정책 기조를 복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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