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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아시아 순방 돌발적 단축...미국 외교 '우선순위 혼선' 초래

한·일 방문 취소하고 중동 회의 참석...'트럼프 관세 위협이 중국 견제 전략 약화' 우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 취소가 아시아에 대한 홀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진=연합(AFP)이미지 확대보기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 일정 취소가 아시아에 대한 홀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사진=연합(AFP)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중동 위기가 미국의 아시아 외교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현지시각)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이 예정보다 단축된 배경을 분석하며 미국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을 보도했다.

◇ 루비오 순방 축소로 드러난 외교 우선순위 혼선


루비오 장관은 당초 이번 주 초 한국과 일본을 거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ASEAN)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무부는 지난 주말 루비오 장관이 지난 8일 워싱턴에서 열린 중동 관련 회의에 참석하느라 한국과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8일 저녁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중재 시도에도 불구하고 1년 반 넘게 지속하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휴전 협정을 모색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의 순방 단축은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일본과 한국,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시점과 겹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세계 무역전쟁 재개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아시아 담당 고위 관료를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는 "두 차례의 관세 부과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인상한 것은 미국 전략의 두 기둥, 즉 아시아 안보에 미국의 약속과 아시아의 성장과 번영에 우리의 중심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5월 마이클 왈츠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직에서 물러난 후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이런 과중한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 인물은 반세기 전 헨리 키신저 이후 두 번째다.

◇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계 노출


미국의 아시아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국 외교 정책의 구조상 문제를 드러낸다고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신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최고경영자는 "이것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그토록 어렵게 만드는 상충관계를 보여준다""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지만, 미국에게는 중요한 유일한 지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카토 연구소의 저스틴 로건 국방 및 외교 정책 연구 책임자는 미국이 아시아에 다시 집중하겠다는 계획이 "2011년 발표된 이후 점점 더 실현되기 어려운 목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것을 중요하다고 하면, 결국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된다""말로만 중요하다고 실제로는 다른 곳에 돈과 인력을 쓴다면, 말보다는 실제 행동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드류 여 선임연구원은 "중국 매파들은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인도 태평양에 전념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트럼프 자신의 변덕스러운 성격 때문에 대만 해협이나 한반도에서 실제 위기가 터지면 얼마나 확실하게 도움을 줄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의 동아시아 선임 보좌관을 지낸 미라 랩-후퍼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이 일본과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관세를 요구함으로써 관계를 위태롭게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아시아 정책에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시아와 직접 관련된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알렉스 그레이는 최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안도감을 줄 만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이 세계 무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현재 민간 부문에서 일하는 그레이는 "다른 지역들이 일시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은 여전히 이 세대의 근본적인 국가 안보 위협이다"라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월 인준 청문회에서 중국 공산당을 "이 나라가 이제껏 직면한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가까운 적"이라고 규정하며 대중 강경 노선을 분명히 했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1월부터 일본과 한국의 관리들을 정기로 만났으며, 지난주에는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호주와 인도를 포함하는 인도 태평양 동맹국들의 비공식 그룹인 쿼드(Quad) 회의를 위해 초청한 것을 포함해 왔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만이 이와야 외무대신을 파견하고 있는데, 한국은 지난달 선거 이후 아직 외무상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과 중국의 왕이(王毅) 등 다른 고위 외교관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8일 루비오 특사가 쿠알라룸푸르에서 미국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 "전념하고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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