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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하)] 중동 위기, 한국경제 '대전환'의 갈림길에 서다

탈중동·에너지 믹스로 '에너지 독립' 시급…K-방산, '안보 파트너'로 도약해야
'효율'에서 '회복탄력성'으로 공급망 재편…새 경제 외교로 활로 모색
'서울 ADEX'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시관 모습.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K-방산의 대표주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ADEX'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시관 모습.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K-방산의 대표주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은 한국 경제에 단기 충격을 넘어 근본 질문을 던진다. '효율'을 최우선으로 구축한 세계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특정 지역에 과하게 기댄 에너지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정유·화학, 건설, 제조업 등 주력 산업이 직접 타격을 받는 모습은 이번 위기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지정학 위험이 '새로운 기준'이 된 시대에 한국 경제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대전환을 요구함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가 '백척간두'에 섰음을 또렷이 보여줬다. 원유 수입의 72%를 중동에 의존하는 현실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정부는 단기 유가 관리를 넘어, 에너지 안보의 생각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원유 도입선을 미국, 남미 등으로 다양하게 바꾸고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서두르는 등 국내 에너지 생산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독립 없이는 경제 안보도 없다는 사실을 똑바로 봐야 할 때다.

중동 주요국의 영공을 방어하는 LIG넥스원의 천궁 지대공 미사일 체계. 아랍에미리트(UAE) LIG넥스원에 35억 달러 규모 미사일을 주문했다. 사진=LIG넥스원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주요국의 영공을 방어하는 LIG넥스원의 천궁 지대공 미사일 체계. 아랍에미리트(UAE) LIG넥스원에 35억 달러 규모 미사일을 주문했다. 사진=LIG넥스원


◇ 'K-방산' 단순 무기 판매 넘어 '안보 동반자'로


중동의 위기는 K-방산에 역사적 기회를 주고 있다. 이미 K2 '흑표' 전차,천궁 지대공 미사일, K9 '썬더' 자주포, 무인기 등 다양한 품목에서 수출 성과를 내는 이 기회가 일회성 '수출 특수'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세계 방산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전방위 외교 지원이 필수다. 한-걸프협력회의(GCC)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조속히 발효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방산 수출을 외교·안보 협력과 연계하는 '일괄 공급' 전략을 펴야 한다. 단순히 무기를 파는 '판매상'을 넘어, 운용 교육, 후속 군수 지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이 '믿을 만한 안보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줄 때, K-방산의 세계 입지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 '효율' 넘어 '회복탄력성'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코로나19 대유행과 미중 패권 경쟁에 이어 이번 중동 위기는 '효율' 중심의 '적시생산(Just-in-Time)' 공급망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기업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회복탄력성' 중심의 '만일 대비(Just-in-Case)'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물류비 상승과 부품 수급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제조업과, '네옴 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커진 건설업계의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정부 역시 이런 흐름에 맞춰 새로운 경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인도-중동-유럽을 잇는 'IMEC' 같은 새로운 경제 회랑 구상에 적극 참여해 물류망을 다양하게 하는 한편,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서 신뢰를 얻도록 지원해야 한다.

분열된 세계는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다. 특정 강대국에 편승하는 대신, 기술 강국이자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를 가진 중견국으로서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등 일부 업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지만, 실물 경제 전반의 비용 상승과 수출 차질이라는 위협이 더 큰 만큼, 이번 위기를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기회로 삼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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