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건조 의무화·중국 견제...새로운 시장 열린다
'필리' 조선소 발판으로 현지 생산 및 대규모 수주 노려
'필리' 조선소 발판으로 현지 생산 및 대규모 수주 노려

◇ 미국 조선 산업 재건과 '자국 건조' 원칙
미국은 최근 조선산업 자립과 해상 안보 강화를 위해 대규모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항만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 등 입법을 통해 10년 내 미국 내에서 건조된 선박을 250척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미국 상선이 전체 수입 운송의 2%(80척)에 불과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특히 LNG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산 LNG 수송 선박에 '미국 건조·미국 국적' 요건 충족 정책이 추진되며 미국 내 대형 LNG 운반선 건조 역량 확보가 시급해졌다.
USTR 조사가 진행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중국 선박 운영자와 선주들이 순 톤당 50달러(약 7만1045원)의 항만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향후 3년에 걸쳐 인상된다. 이러한 새로운 항만 이용료 부과 방침에 대해 중국 정부와 관련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며 맞대응을 천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홍콩 선주들은 미국 관세와 격화되는 미중 무역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선박 등록 국가를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서 LNG 운반선 건조가 의무화되거나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 정책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관련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조선소는 미국의 제재와 카타르 등 대규모 발주로 도크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미국 LNG 업체들은 한국 조선소와의 협력을 선호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 한화오션의 현지 생산 기반과 수주 경쟁력
한화오션은 미국 현지에서 LNG 운반선을 직접 건조하는 계획을 통해 미국 내 에너지 수출 확대와 조선산업 내 입지 강화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운반선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미국 현지 생산 및 기술이전, 합작 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에서 LNG 운반선을 건조하는 것은 한화오션이 글로벌 조선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화오션이 지난해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 본토 연안 운항 상선을 전문 건조하는 곳으로 미국 내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온 핵심 조선소다. 한화오션은 이 조선소를 통해 LNG 운반선, 해군 함정, 상선, 해양풍력설치선 등 다양한 선박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한화오션은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미국 법인에 1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대규모 투자도 이어갈 예정이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오션의 글로벌 허브로, 미국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MRO) 사업과 상선·방산 시장 동시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운반선 건조 기술과 연간 25~40척 생산능력을 미국 현지에 이식하고자 한다. 미국 조선업 정체 상황에서 숙련된 한국 인력과 첨단 생산 방식, 공급망 혁신을 적용해 '메이드 인 USA'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한화오션의 현지화 및 기술 이전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 정책적 지원과 협력이 기대된다.
미국 내 LNG 운반선 수요 급증이 예상된다. 미국의 LNG 수출 확대와 맞물려 미국에서 직접 건조되는 선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오션뿐 아니라 한국 조선소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하거나 현지 파트너십을 맺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정책은 중국산 선박의 미국 시장 진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며 글로벌 조선업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한편, 벤처 글로벌(Venture Global LNG Inc.)은 최근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 3사와 LNG 운반선 건조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 규모는 최대 12척, 약 33억 달러(약 4조688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조선소가 협상 대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파악되며, 한국 조선소들이 반사이익을 얻는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벤처 글로벌과 이미 1조 원대 LNG 운반선 건조 계약 체결 경험이 있고 벤처 글로벌 보유 선박의 상당수를 건조한 실적이 있어 이번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LNG선, 쇄빙LNG선, LNG-RV(부유식 재기화선) 등 다양한 친환경 선박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해상 운송 역량 강화와 중국 조선업 견제를 위해 자국 조선소 지원, 상선 건조 확대, 전략 상선단 구축 등 다각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LNG 프로젝트 재개와 에너지 수출 확대, 중국 조선소의 블랙리스트 등재 등은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사에 작용할 중장기적 호재로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북미 시장 공략 전략 거점으로 삼아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상선 및 방산 분야 동시 진출, 현지 생산 인프라 확장 등 다각적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미국 내 조선업 인프라와 공급망을 한국식으로 혁신하여 미국 정부와 협력 하에 '글로벌 조선 허브'로 도약할 계획이다.
한화오션은 미국의 정책 변화와 LNG 수출 시장 확대, 중국 조선소 제재라는 복합적 환경 변화 속에서 현지 생산 인프라 구축과 대규모 발주 수주를 통해 미국 조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필리조선소 인수와 현지화 전략, 첨단 기술력 등은 한화오션이 미국 조선업 재건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조선업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북미 시장 내 입지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