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 생산 물량을 미국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3일(이하 현지 시각)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민간 통상 자료에 따르면 폭스콘은 3~5월 인도에서 32억 달러(약 4조3900억 원) 규모의 아이폰을 수출했으며 이 가운데 평균 97%가 미국으로 향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평균치인 50.3%와 비교해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미국에 수출된 인도산 아이폰은 약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 규모로 지난 3월 기록한 13억 달러(약 1조780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수출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중국에 대한 관세는 최대 55%까지 부과된다"고 밝히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된 감세안도 "양국 지도자의 최종 승인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중국을 우회해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애플의 인도 생산 확대에 대해 "인도에서 제품을 만들 필요 없다. 우리는 애플이 미국에서 만들기를 원한다"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올해 1~5월 폭스콘이 인도에서 미국으로 보낸 아이폰 수출액은 44억 달러(약 6조380억 원)로 2024년 한 해 전체 수출액 37억 달러(약 5조760억 원)를 이미 넘어섰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3월 아이폰 13, 14, 16, 16e 모델 등 약 20억 달러(약 2조7400억 원) 규모의 물량을 전세기로 미국으로 수송했으며,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항의 통관 소요 시간을 기존 30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해 달라고 현지 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프라치르 싱 수석분석가는 “올해 인도산 아이폰이 전 세계 출하량의 25~30%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2024년에는 18%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애플의 또 다른 인도 공급업체인 타타그룹 산하 타타일렉트로닉스도 최근 미국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타타는 지난해 7월부터 아이폰을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당시에는 52%만 미국으로 보냈으나 올해 3~4월에는 평균 86%가 미국으로 향했다. 다만 타타의 5월 수출 자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몇 년간 인도를 스마트폰 제조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많은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제조 원가는 타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현재 애플이 미국에서 연간 판매하는 아이폰은 6000만 대 이상이며 이 가운데 약 80%가 중국에서 생산된 물량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