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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안전자산은 ‘옛말’...美 국채 금리 급등에 트럼프도 '긴장'

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화면에 방송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9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내용이 화면에 방송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채 가격이 이번 주 들어 2020년 이후 최대 규모의 매도 공세에 시달리며 급락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명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미국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잠시 상승했던 미국 국채 가격이 이번 주 들어 급락하자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국채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9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한 때 4.515%까지 치솟은 뒤 장 후반 전일 대비 5bp(0.05%포인트) 상승한 4.31%에 거래됐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4일에는 잠시 3.9%를 밑도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번 주 들어 한 때 60bp 넘게 급등했다.

초장기 물인 30년물 국채 수익률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3거래일 동안 약 40bp 급등하며 이날 한때 5%를 돌파하는 등 2020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 후반 4.735%로 급반락했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한다고 발표한 데다 우려했던 10년물 국채 입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가파른 국채 수익률 상승세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렇지만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 가격의 이례적인 급락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주 미국 국채 가격 급락에 대해 △ 국채 입찰 수요 부진 △중국 등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 △ 헤지펀드들의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 등에 주목했다.
매체는 시장 투자 심리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전일 3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이 확인되자 주중 10년물과 30년물 국채 입찰에 대한 수요 우려를 부추기며 대규모 국채 매도세로 연결됐다고 진단했다.

중국, 미국채 매도 가능성


시장 일각에서는 국채 매도 강도를 감안할 때 해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매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글로벌 증시의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면서 현금 확보를 위해 미국 국채를 포함해 보유 자산을 대거 매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관세 전쟁으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팔아치운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도쿄 소재 메이지 야스다의 기타무라 켄이치로 투자 계획 및 연구 부서 총괄 책임자는 "중국이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국채를 팔고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국채는 "수요와 공급이 아닌 정치적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실제로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다면 이는 "미국 국채가 더 이상 과거의 피난처가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현재 일본에 이어 미국 국채를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규모는 7608억 달러에 달한다.

헤지펀드,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


헤지펀드들이 베이시스 트레이드(현물-선물 차익거래)를 청산 중일 가능성도 국채 가격 급락을 촉발한 요인으로 언급됐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미국 국채 현물을 매수하고 동시에 선물을 매도해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 수익을 얻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마진이 크지 않기 때문에 헤지펀드들은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베이시스 트레이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시장 혼란기에는 대출금 상환을 위해 투자자들이 급하게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국채 가격의 급락을 촉발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날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지금 채권 시장에서 디레버리징 경련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채권 시장에서 손실을 경험하고 있는 대형 레버리지 플레이어들이 디레버리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미국 국채 가격 급락에 대해 "시스템적인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며, 불편하지만 채권 시장에서 일어나는 정상적인 디레버리징"이라며 29조 달러에 달하는 국채 시장의 레버리지가 낮아지면서 "시장이 진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도 예의 주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자신이 관세 유예 조치를 발표한 이유가 시장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전날 밤 채권 수익률 상승을 주의 깊게 지켜봤다고 밝혔다. 관세 유예 결정에 국채 수익률 급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채권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 "채권 시장은 매우 까다롭지만, 지금 보면 아주 아름다우며 어젯밤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표 이후 실시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대규모 수요를 확인하며 10일로 예정된 220억 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 입찰 호조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아직 안도하기에는 이르다고 내다봤다.

네이션 와이드의 마크 해킷은 "90일 간의 관세 유예는 대부분의 국가와의 협상이 생산적이었다는 고무적인 신호"라면서 "또한 불확실성으로 흔들리는 시장에 절실히 필요한 안정성을 주입했지만, 우리는 아직 숲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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